“우리가 제공한 북한 관련 핵심 정보를 한국 정부가 마음대로 공개한다.”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 측의 불평입니다. 지난달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미군이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해 제공했음직한 ‘영변 폐연료봉 저장고 출입문 개방’, ‘장거리 미사일 평양 산음동 군수공장 출발’, ‘북한군 지휘부 서해 함대 방문’ 등의 정보가 언론에 속속 공개됐습니다. 각종 정보들이 이처럼 마구 새나가자 미국은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핵심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항의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국정원은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로 김정운 내정’ 정보도 전격 공개했습니다. 한 야당 정보위원에 의하면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국정원이 먼저 이런 내용을 알려 왔다”는 것입니다. 미국측은 이를 보도한 한국 언론에 대해 “단지 추측성 보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북한에서 권력 이양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길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답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당국이 ‘조문정국’을 ‘북핵정국’으로 바꾸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반도 위기지수가 이렇게 높아진 데에는 남북간 소통부재가 결정적 몫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미간에도 소통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한국 측의 일방적 언론플레이일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지금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나쁜 것’과 ‘더 나쁘게 조장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것은 ‘사실’과 ‘조작’만큼이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북한에서 조금만 떠들어도 남한 국민들이 사재기 등을 하며 난리를 폈는데, 지금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실험한다고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안보불감증’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국민이 정부당국의 속심을 알고 있지는 않을까요. 어느 정권이든 안보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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