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처녀치마
유부녀가 아니고
처녀가 휘감은
열두 폭 스란치마
꽃대 수줍어
서릿발 이른 봄엔
나지막한 키
차츰 파겁하는가
여름이면 제법
높게 솟아 고운 머릿결
담이 좋아서 붉자주
숱지게 드리운 이마 그늘
햇살도 주저로워 머뭇머뭇
이웃 눈 감기고
살며시 목물하는 서슬에
이슬 맺히는 언저리
때로 소복 매무새는
초상집 문상 차림
예절도 바른 흰처녀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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