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밤 10시 10분께 '토끼몰이'식 진압을 시작한 경찰은 서울 명동 일대를 샅샅히 뒤지며 두 차례에 걸쳐 '싹쓸이 연행'을 감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지금 영화 찍는 거야?"

명동을 지나가던 한 시민의 말이다. 촛불 1주년을 맞은 2일 서울역과 서울 시청광장에서 시위를 벌인 '촛불시민'들이 마지막으로 모인 명동은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담은 영화 '화려한 휴가'의 후속작을 찍는 듯 했다.

촛불 1주년을 맞은 2일 토요일 밤, '젊음과 패션의 거리' 명동을 지나던 시민들은 '어리둥절' 영문도 모른 채 도망쳤다. 10시 10분께 '토끼몰이'식 진압을 시작한 경찰은 명동 일대를 샅샅히 뒤지며 두 차례에 걸쳐 '싹쓸이 연행'을 감행했다.

명동에서 집회를 벌이던 시위대는 초반 '토끼몰이 진압'에 대부분 흩어진 상태였고, 명동을 가득 메운 일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두려움에 떨었다. 10여 명도 채 안 되는 일부 시위대의 '투석전'에 흥분해 전투경찰 부대가 일반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 넣은 '무리한 작전'이었다.

한국으로 관광을 온 외국인들도 "지금 영화 찍는 거냐?"고 물을 정도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긴박한 상황에 시민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한 20대 여성은 경찰병력이 진압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달려오자 동행한 친구에게 "저쪽으로 피하자"고 했고, 그 친구는 "왜? 전경이 오면 피해야 해?"라고 되물었다.

▲ 명동 일대 곳곳에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라며 영문도 모른 채 공포에 휩싸인 일반시민들이 몸을 피하고 있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2009년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은 경찰의 이날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계엄 상황을 방불케 한 경찰병력의 모습에 건물 구석으로 몰린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경찰은 시위대와 시민을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연행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던 한 남자는 기자들의 해명으로 풀려났고, 그의 여자친구는 입을 가린 채 울먹였다.

상식 밖의 '싹쓸이 연행작전'에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신 '로이터'의 이재원 사진기자는 신문사명이 적힌 헬멧과 기자완장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목이 졸린 채 수 십 미터 끌려갔다. 

'촛불 1주년' 서울 명동은 작전명 '화려가 휴가'가 펼쳐지던 1980년으로 회귀했다.

▲로이터통신 이재원 기자가 기자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강제연행하며 얼굴을 향해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이재원 기자는 '로이터'라고 적힌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최윤석 기자]

▲외신 '로이터'의 이재원 기자는 신문사명이 적힌 헬멧과 기자완장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목이 졸린 채 수 십 미터 끌려갔다.이에 항의하는 취재 기자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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