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탁 기자의 6자회담 현장의 기록 『오바마와 김정일의 생존게임』(창해, 2009) 표지.
[사진제공 - 도서출판 창해]

6자회담에 대한 첫 총괄서 격인 『오바마와 김정일의 생존게임』이 ‘북핵 6자회담 현장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달고 도서출판 창해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6자회담을 중국 베이징 회담장은 물론 싱가포르와 워싱턴 등을 오가며 직접 취재해온 <연합뉴스> 이우탁 기자이다.

사실 이라크 전쟁에 관해 미국 밥 우드워드 기자의 『공격 시나리오』나 『부시는 전쟁중』을 읽으며 우리나라에선 언제나 기자들이 이같은 책을 써낼 수 있을까 자괴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국 권력 핵심부에서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기획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현실화 했는지 제 손금 살피듯 기록했고, 궁금한 대목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당국자들과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채워냈다. 우리의 언론 환경에서는 언감생심 흉내낼 엄두조차 나지 않는 깊이있고 방대한 기록이다.

본 기자도 6자회담 취재를 몇 차례 다녀온 경험이 있지만 취재기자의 입장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에 늘 목말라했고, 그런 점에서는 정보 접근권이 있는 당국자들이 부럽기조차 했다.

그러나 이같은 부러움과 갈증을 상당부분 가셔준 첫 역작이 바로 이우탁 기자의 『오바마와 김정일의 생존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북핵문제나 6자회담과 관련된 책들이 적잖이 출간됐고, 1차부터 3차까지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이수혁 전 차관보가 직접 『전환적 사건』을 쓰기도 했지만 여전히 6자회담 전체를 총괄할만한 이른바 ‘교과서’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6자회담의 배경이 되는 북한의 핵 개발 역사를 다룬 ‘북한의 핵개발’부터 2002년 10월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으로 시작된 2차 북핵위기, 이를 해결하기 위한 3자 회담 등 6자 회담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서술하고 있고, 주로 2003년 8월 1차 6자회담부터 2008년 12월의 6차 6자회담 제3차 수석대표회의까지를 시간 순으로 충실히 다루고 있어 6자회담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아울러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 북미간의 협상을 염두에 둔 1,2장은 북핵문제에 대한 저자의 시각과 해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6자회담 경과를 중심으로 보고자하는 독자는 건너뛰고 읽어도 무방하지만 관심있는 독자들에겐 일독을 권할 만하다.

<연합뉴스>는 2003년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로 지정된 이후 사명감을 갖고 한국 언론사 중에서는 가장 많은 기자들을 6자회담장에 투입했으며, 저자는 <연합뉴스> 상해특파원으로, 외교통상부 상주기자로 거의 빠짐없이 현장을 지켰다.

따라서 이 책은 <연합뉴스>와 저자의 공동작품이라 할만 하지만 저자의 뛰어난 취재능력과 복잡한 한반도 정세를 꿰뚫는 남다른 축적된 내공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6자회담 한국대표단이 머무는 숙소에 일선기자를 보내 식당에서 귀동냥까지 하는 이른바 ‘식판취재’까지 감행해야 하는 각고의 노력을 거쳐 회담장에서 오고간 협상안을 한발 앞서 보도하며 희열을 느끼는 저자의 치열하고 생생한 경험담이 페이지마다 담겨있다.

또한 정부 당국자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회담대표단의 기류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회담이 끝난 뒤에는 뒷이야기를 꼼꼼하게 확인함으로써 현장 취재만으로는 부족한 내용을 풍성하게 보충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을 내기 전에 6자회담 관련 핵심 당국자들에게 원고를 사전 감수받아 기자로서 잘못 알고 있거나 놓치기 쉬운 부분들까지 바로잡아 신뢰성을 한층 높였다.

물론 6자회담이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최대의 외교사안을 한 명의 기자가 온전히 그려내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저자 역시 6자회담을 취재했던 본 기자가 알고 있는 중요한 사실을 빠뜨린 경우도 있고 해석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대목을 한국 주류 언론의 시각으로만 그린 대목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러나 저자는 대체로 기자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객관적 사실(fact) 위주로 균형감 있게 서술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며, 어디까지나 6자회담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협상 내용에 포커스를 맞춰 일관된 흐름으로 묘사하고 있다. 더욱이 인용된 자료들은 언제 다 읽었을까 싶을 정도로 풍부하다.

따라서 한국 기자들이 써낼 수 있는 저작의 한계를 한층 놓여 놓은 이우탁 기자의 『오바마와 김정일의 생존게임』을 한반도의 역사에서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인 6자회담을 담은 총괄적 교과서로 주저없이 소개하고 싶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