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제비꽃. [사진-정관호]
제비꽃
눈석임물이 잦아들면서 바로 고개를 내미는 바지런이 꽃
얼마간 따순 볕이 들었다 싶으면 얼른 풀밭 돌틈을 찾아보시라 거기 이미 파란 제비꽃이 해받이놀이 하러 나와 있으니
수많은 시와 노래로 읊어져서 동서양 오대륙 바다 건너 남녀간 어른 아이 할것없이 두루 이 꽃 모르는 이 없구나
이 땅에는 그 가짓수도 많아서 양손 손가락 다 펴서 꼽고도 그것을 네 번 되풀이해야 될 만큼 봄 햇볕 아래 꽃 파도로 밀려온다
산에서 풀밭에서 열린 들에서 조금 이르거나 조금 처질 뿐 파란색, 자주색, 분홍색, 흰색 이 모양 저 모습 지천이구나
맨 앞에서 달려오는 메제비꽃 바싹 그 뒤를 쫓는 남산제비꽃 산에서 피어내리는 노랑제비꽃 이파리에 고운 무늬 알록제비꽃 고깔 모양의 이파리 고깔제비꽃 흰 꽃을 달고 나와 흰제비꽃 고갱이를 가진 졸방제비꽃 땅딸보 올망졸망 콩제비꽃 흰털 보송보송 흰털제비꽃 꽃 속에 털이 없어 호제비꽃
우리도 봄을 맞으러 들에 나가 색색으로 핀 제비꽃 찾아봅시다.
▲ 메제비꽃(산제비꽃). [사진-정관호]
▲ 남산제비꽃. [사진-정관호]
▲ 흰제비꽃. [사진-정관호]
▲ 흰털제비꽃. [사진-정관호]
도움말
제비꽃은 한때 오랑캐꽃이라고도 불렸고, 제비꽃과에 딸린 풀꽃을 통칭하기도 한다. 산기슭이나 길가에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며 대궁이 없다. 기라죽한 이파리는 밑둥에 밀생하고, 그 사이에서 꽃대가 솟아 3월말에서 4월초에 걸쳐 자주색 꽃을 피운다. 꽃이파리는 다섯 장, 옆쪽 꽃잎(側瓣)을 젖히면 하양 털이 보인다. 다양한 이웃 종(種)이 있는데, 어린 잎은 먹고 뿌리는 약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