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예고대로 5일 오전 11시 30분 15초에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인공위성 ‘광명성2호’를 ‘은하-2호’ 로켓에 실어 쏘아올렸다.

북한의 발사 예고기간이 시작된 전날부터 정부는 비상체제에 돌입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국토해양부 등이 해당 분야별로 상황을 점검하며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결국 우리 정부는 북한이 성공적으로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켜 10번째 위성발사국이 되는 광경을 쳐다보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후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 자격으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발표한 정부 공식 성명도 “유엔 및 관련국들과의 협의하에 이번 발사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가 전부다.

그간 대응책을 마련한다며 소란을 떨던 때에 비하면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으로 소리만 요란했지 딱히 대책이 없음을 백일하에 드러낸 셈이다.

‘미사일’로 ‘간주’하는 코메디

우리 정부의 이같은 ‘떠들썩한 무대책’은 이미 예고됐다.

정부는 북한이 3월 11일 국제해사기구(IMO) 등 유관 국제기구에 ‘인공위성’ 발사를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객관적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계속 이를 ‘미사일 발사’로 ‘간주’하고 대응책을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통일부나 국방부의 공식 대책기구 명칭도 ‘북한 미사일’이 대책반이었고, 브리핑에서 사용한 공식 명칭도 ‘북한 미사일’이었다. 다만 외교통상부만 ‘장거리 로켓’이라는 그나마 중립적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다 발사가 임박해지면서 미국으로부터 ‘인공위성’일 가능성인 높다는 전망이 나오자 3일부터 슬그머니 ‘로켓’ 발사로 말을 바꾸었다. 한 마디로 국가 차원의 코메디다.

결국 북한이 쏘아올린 것이 미사일이 아닌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임이 명백해지니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인공위성’임을 국제적으로 천명했음에도 ‘미사일’로 ‘간주’했으니, 전제 자체가 잘못된 마당에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또다른 코메디 멈춰야

정부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추진과 ‘PSI(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 전면 참여’라는 대내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쏘아올린 장거리 로켓 ‘은하-2호’에 탑재된 물체가 인공위성 ‘광명성2호’임이 명백한 마당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잘해야 아무런 규정력도 없는 형식적인 안보리 의장 성명 정도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PSI 전면 참여 역시 남북관계만 더욱 얼어붙게 할 뿐 아무런 실익없는 보복성 조치에 불과하다. PSI에 전면 참여하는 것은 한반도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점은 외교부가 이전 정부때부터 힘주어 강조했던 바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실현가능성도 낮고 실익도 없는 또다른 어설픈 ‘코메디’를 계속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우리가 북한의 10번째 위성발사국 진입을 축하할 입장은 못 되더라도 우리도 우주개발을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나아가 미국에 의해 묶여있는 로켓발사권을 회복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북이 대화 ‘수용’할 분위기 만들어야

그러나 더욱 중요한 포인트는 일시적인 냉각기가 지나면 본격화될 북미간 직접 협상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이 런던에서 가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수용하면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는 발언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먼저 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실익도 없는 PSI 전면 참여 같은 ’분풀이성‘ 대응책이야 말로 향후 남북간 대화 분위기를 해치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소나기는 피해가는 것이 지혜다. 당분간 국민을 안심시키고 대화를 준비하는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한 뒤 남북 당국간 관계 회복에 나서는 것이 그나마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남한이 전문가이고 책임자라는 미국 정보기관 전 간부의 조언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향후 본격화될 북미 양자 협상을 쳐다만 보지 않을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한 때이다.

아울러 그간 '과감하게도' 북의 인공위성을 굳이 '미사일'이라고 보도해왔던 언론들도 차제에 정부의 그간 대응책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올바른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돌아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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