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대통령 특보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특사인 김용순 비서가 합의 발표한 공동 보도문은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사안을 더욱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7개항의 공동보도문은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문제를 비롯 남북 당국간 첫 군당국자간의 회담 개최, 모든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등 주요 현안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도 행간에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특보와 김 특사는 6.15 공동선언이후 두 차례의 장관급 회담으로 타결짓지 못한 신뢰구축을 위한 군사 당국자간 회담 개최 등을 타개하는 등 커다란 성과를 일궈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접촉과 회담 과정을 지나친 보안 위주로 진행,국민적 설득을 얻는데는 다소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북측의 식량차관 지원 요청 입장에 대해 남측은 공동보도문 발표 이후에야 설명함으로써 식량차관 지원에 대한 정부 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4일 오후 발표된 남북 주요 합의사항을 분석,전망해 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울 답방= 앞으로 가까운 시기에 서울 방문이 실현된다. 앞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공동보도문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내년 봄에,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연내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번에 남북사이에 공감대가 마련됐다.

이는 김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 시기에 대해 한 두 사람이 먼저 서울을 다녀온 뒤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이달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만남이 프랑크푸르트 미 항공사의 과잉 수색사건으로 무산된 것에 대해 북측이 유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10월 20-21일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는 절차 문제 때문에 방문하기 힘들 것이라는 정부측 관측이 우세하다.

▲국방장관회담 개최= 공동보도문에는 남측 국방부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장간의 회담을 개최하는 문제가 현재 논의중에 있는데 환영한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처리됐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관련, `구체적 일시, 장소, 대표단 구성에 대해 남북간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은 군부의 사안을 당측 인사가 결정하는데 따른 부담을 의식해 이같은 표현을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서로 자기측 지역에서 먼저 국방장관급회담 개최를 주장했던 양측은 27일 제주에서 제3차 장관급회담이 열리기 전인 26일께 제3국(홍콩)에서 분단 사상 최초의 국방장관회담 개최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가족 생사확인.서신교환= 이달중 이산가족의 생사 및 주소확인 작업에 들어가 빠른 시일내에 마친다. 우선적으로 생사확인된 이산가족부터 서신교환을 시작한다는 합의도 들어 있다.

이 부분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제도화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남측은 이를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비록 북측이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이라는 구체적인 분류로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광의의 이산가족에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 이산가족 면회소와 병행해서 추진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현재 11만여 이산가족 신청자
(사망 및 중복 신청자 제외시 9만6천여명)의 해묵은 아픔을 연내에 해결한다는 것이 정부측의 확고한 의지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생사확인 작업 속도에 따라서 빠르면 10월부터 편지를 주고받는 이산가족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금강산 2차 적십자회담= 오는 20일 열리는 이번 적십자회담은 올해 두 차례 실시될 이산가족 방문단 추가 교환과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운영 방안이 집중 협의된다.

북측의 판문점 기피를 의식해 금강산으로 개최장소를 양보한 남측은 실질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3차 적십자회담 개최와 면회소 설치 장소를 판문점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면회장소는 상봉과 편지 교환이라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가족 방문단은 이르면 10월 중순과 11월에 한차례씩 서울과 평양을 오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5일 경협제도화 실무접촉 서울 개최= 투자보장, 이중과세 등 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실무접촉은 차관급을 대표로 25일 서울에서 회담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남측은 이미 평양의 2차 장관급회담에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초안을 두꺼운 책자 형태로 북측에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이 사안에 대해 남북은 빠른 시일내에 타결키로 합의했다.

남측은 우선 순위를 정해 가급적 가시적인 성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방침이다.
(연합20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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