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참사' 해결이 두 달째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용산 4구역 일대의 철거작업이 재개됐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용산참사' 두 달, 시간이 무색하게 변한 것은 여전히 없다.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포크레인의 기계음은 또 다시 '망루'를 덮쳤다.

지난 11일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 건물 일대, 용산 4구역의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 1월 용역의 철거작업에 항의하며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이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지 채 두달도 되지 않았다.  

여전히 공권력 투입이 정당했는지, 용역과 경찰의 공동작전이 있었는지, 검찰 수사에 의혹이 있는지, 청와대를 비롯해 다른 외압은 없었는지 등 사람들의 관심은 사건이 있었던 현장에 집중되고 있고 이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각계의 움직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이 일대의 재개발 문제는 '용산 철거민들이 왜 망루에 올라가야만 했는가'에 대한 참사 초기의 물음과 맞닿아 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이에 대한 해결을 우선적으로 촉구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즉 고용개발방식의 문제점이라든가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논의가 부족했다."

용산 범대위의 한 관계자가 '용산참사' 두 달을 맞아 내린 평가는 앞으로 시야를 '망루'를 넘어 철거민들의 삶의 공간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추모대회에서 "이 나라는 가난한 자들이 도시에서 사는 것을 용납하지 못 하는가 봅니다"라고 외쳤던 전철연 소속 한 회원의 울부짖음도 용산참사의 본질을 드러내준다.

망루를 덮쳤던 경찰의 '물대포'가 이제는 '포크레인'으로 모습만 바뀌어 '망루'뿐 만이 아니라 철거민들을 덮치고 있다. '죽은 자'의 '생명권'을 짓밟은 데 이어, '남겨진 자'의 '생존권' 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 범대위는 '용산참사' 두 달을 맞아 재개된 철거작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이날 오전,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의 참가자들도 재개된 철거작업으로 인한 피해를 털어놓으며 "살인개발의 중단"을 촉구했다.

철거민들은 용역들이 또 다시 경찰의 비호 아래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명도소송이 끝나지도 않은 건물을 포크레인으로 강제 철거하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분개했다. 심지어 용역들은 주변 건물에 CCTV를 설치해 철거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통제하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니다. 고인들의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2009년 봄은 가족을 잃어버린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생존'마저 빼앗으려는 '잔인한 계절'이다.

이날, 용산 현장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될 때까지 고인들의 장례는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한 유가족의 얼굴 뒤로 허물어지는 건물 외벽이 겹쳐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었을까?

▲ 이 일대의 상가와 건물들은 철거가 이미 시작된 상태였고, 경찰들이 수시로 이동하며 오가는 행인들을 통제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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