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KAL858기 폭파범 김현희(오른쪽) 씨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 가족을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1987년 KAL858기 폭파범 김현희(47) 씨가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 가족 2명과 부산에서 만났다.

11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 2층에서 김현희 씨는 다구치 야에코 씨의 오빠 이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 70) 씨와 장남 이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 32) 씨를 일본 정부의 주선으로 만났다.

김현희 씨가 공개 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것은 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 직후 결혼한 뒤 11년여 만이다.

▲ 눈물을 비친 김현희 씨. 짧은 머리 사이로 보이는 '칼귀'가 인상적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김 씨는 두 가족과 악수하고 선물을 교환하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기도 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3인은 포토세션을 마치고 본격 면담을 위해 자리를 옮겼고, 12시 30분부터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김 씨는 검은 상하의 차림에 짧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어 처음 들어선 순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이즈카 씨는 먼저 "오늘은 정말 고맙다. 제가 이이즈카라고 한다"고 인사를 건넸고, 김 씨는 일본어로 "제가 먼저 인사를 해야 되는데"라고 인사했다.

이이즈카 씨가 다구치의 아들을 소개하자 김 씨는 "안아도 되겠느냐"며 가볍게 포옹했고, 이이즈카 씨가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김 씨도 "감사하다. 나전칠기 필통이다"며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김 씨는 장남 고이치로 씨에게 "이렇게 컸다. 엄마하고 닮았다. 좀더 일찍 만나고 싶었다"며 "엄마는 살아 있을 것이다.지금 우리가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것처럼 나중에 꼭 엄마를 만나게 될 것이다"고 격려하고 "사진으로 봤지만 정말 닮았다"고 말했다.

이이즈카 시게오 씨는 미리 준비한 음악CD와 치즈케익, 손수건 등을 선물했고, 김현희 씨도 나전칠기 필통을 답례품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다구치 야에코의 장남 이이즈카 고이치로 씨의 손을 잡고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현희 씨.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특히 이이즈카 시게오 씨는 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를 맡고 있어, 면담시 그의 저서 ‘여동생에게’를 비롯해 가족사진 9장 등을 건넬 예정이며, 가족회 활동 사진 16매 등 납치문제 관련 자료들도 김 씨에게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벡스코 2층 기자회견장에는 내외신 기자 100여명과 방송카메라와 카메라 기자들이 사전 보안검색을 거쳐 취재에 임했으며, 벡스코 주변에는 요인경호에 버금가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 김현희 씨와 다구치 가족과의 면담이 진행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앞은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날 김 씨와 다구치 가족과의 만남은 김현희 씨가 지난 1월 15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다구치 야에코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이후 일본 외무성이 이를 적극 추진하고 한국 정부가 이에 협조해 성사됐다.

그러나 KAL858기 가족회는 지난 2월 초 외교통상부를 찾아가 김 씨가 진상규명을 위해 진실화해위 조사와 가족들과의 면담에 먼저 임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 김현희 씨는 1991년 5월 16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서 자신의 일본인 현지화 교육을 담당했던 일본여성 리은혜가 다구치 야에코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지만 김 씨의 주장 외에 아직 리은혜가 다구치 야에코라는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김현희 다구치 가족 면담록(일부)>

- 이이즈카 시게오 : 오늘은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이즈카라고 합니다.

= 김현희 : 제가 먼저 인사를 해야 되는데..

- 이이즈카 " 오늘 감사합니다. 나중에 천천히 말씀을 나주시죠. 아들 고이치로 입니다.

= 김현희 :안아도 되겠습니까.

- 이이즈카 : 이렇게 벌써 크게 성장했습니다. 일본에서 가져온 선물입니다.

= 감사합니다. 나전칠기 필통입니다.
   (이이즈카 고이치로를 보며) 이렇게 컸네요. 엄마하고 닮았네요. 좀더 일찍 만나고 싶었습니다. 엄마는 살아 있을 겁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것처럼 나중에 꼭 엄마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사진으로 봤지만 정말 닮았네요.

<정리 -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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