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KAL858기 폭파사건의 주범 김현희 씨가 11일 부산 모처에서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 씨의 가족 2명을 만난다.

9일 오전 11시 일본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외상은 외무성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김현희 씨는 다구치 야에코 씨의 오빠 이이츠카 시게오(飯塚繁雄, 70) 씨와 장남 이이츠카 고이치로(32) 씨를 11일 오전 11시부터 12시 30분까지 면담하며, 이들은 합동으로 오후 1시까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9일 오전 정부 당국자는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가능한 지원을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이번 면담을 주선, 중재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번 면담이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이루어졌고, 일본 정부의 주관 하에 열린다는 점에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면담 장소는 부산 시내 모 호텔로 알려지고 있지만 경호 등을 감안해 10일 경에 발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외신 기자단도 일정 규모로 취재를 제한한다.

김현희 씨는 1991년 5월 16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서 자신의 일본인 현지화 교육을 담당했던 일본여성 리은혜가 다구치 야에코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지만 김 씨의 주장 외에 아직 리은혜가 다구치 야에코라는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KAL858기 가족회'(회장 차옥정)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병상)는 김 씨의 이번 면담과 관련해 공식 대응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대책위 김덕진 사무국장은 "“왜 국정원발전위 조사나 진실.화화위원회 조사에는 전혀 응하지 않으면서, 이번 납치 가족 만나는 것은 적극적으로 나서는지 김현희 씨의 행보나 심경이 의아스럽다"며 "일본인 납치 가족을 만난다면 진실.화해위 조사에도 응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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