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향나무
제 몸에서 향내를 뿜어
그 향기가 구천의 높이에 이른다는
이 땅에 본래부터 자라는 나무
본성이 청결함을 뜻하여
궁궐이나 절, 우물이나 무덤 가에
정성으로 심어 가꾸는 나무
잡귀를 쫓는 힘이 있어
의식이나 제례 때 그 몸을 바수어
향로에 구워 냄새를 피우는 나무
향을 탐하거나 멋을 부리는 이들이
그 나무로 그릇과 수저를 깎고
집안 가구들을 만들어 호사하는 나무
자라면서 이파리가 둥글어지고
둥치는 벗겨지면서 꼬여
그윽한 자태로 기림을 받는 나무
본디 타고난 목숨이 길고
받들며 위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천 년을 거뜬히 산다는 장수나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목들이 많아
뱃길의 무사함과 풍년을 빌어
깍듯이 고사를 받는 항렬 높은 나무
집 가까이나 선산 발치에
몇 그루쯤 심어 자손에게 물려주면
그 뜻 길이 영화로 푸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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