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사건을 다룬 르뽀 『파괴공작』의 저자인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野田峯雄) 씨가 최근 김현희 씨의 일본인 납북자 가족 면담 추진 소식을 접하고 서신을 보내왔다.
국내에 『파괴공작』이 번역 소개되면서 그는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에 의해 고소당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아직도 한국 입국이 금지돼 있다. 
도서출판 <창해>의 번역 도움을 받아 서신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KAL가족회 여러분.
KAL가족회를 성원하며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면서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노력해주시는 모든 분들.

저는 최근의 김현희가 내보이는 언동을 접하면서,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그때그때의 정권에 달라붙어, 저 추악한 사건을 망설임 없이 역사의 어둠 속으로 내던지고 뚜껑을 덮어씌우려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피에로 역할을 집요하게 견지해 왔습니다. 게다가 이 얼마나 역겨운 광경입니까, 한국과 일본에서는 의혹투성이의 ‘우리의 슬픈 운명’을 장사질에 동원해가며, 기뻐하던 꼴이라니요.
그러더니 이제 또다시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새로운 허식과 장사질에 나서려 하고 있습니다.

김현희는 한국의 지난 두 대통령의 시대에 ‘믿어왔던 국가정보기관으로부터조차도 억압당했다’ ‘나는 피해자다!’라고 격화된 발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령 국가정보원이 그녀에게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저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은 실로 ‘자업자득’이기 때문입니다.

김현희는 ‘나는 창살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하며 한숨집니다.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오려 합니다. 완고하게 ‘창살없는 감옥’을 만들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김현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나는 김현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에게는 피해자라고 말하기 이전에,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다. 그것은 단 한 가지. 진실을 말하는 것.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다.’ 라고.

김현희의 진실 고백을 이제 누구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진실을 고백할 기회가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요구를 한사코 거부하고 회피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고, 제기된 의혹에 답하려 하지 않고 그저 달아나려고만 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그녀는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도망다니는 일도 위축당하는 일도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분명 피해자의 가족분들께서 품고 계셨던 한도 누그러져 그녀의 손을 잡고 용서해주실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입니까, 김현희는 진실을 고백하기를 거부하고, 다시금 허식이 가득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천박한 장사질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왜 KAL가족회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왜 추악한 사건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대답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왜 자신이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을 내버려둔 채 (먼저 만나려고 하는 것이) ‘일본인’인 것입니까?

일본의 보도.출판 분야에는 이미 한 점 뉘우침도 없이, ‘김현희’를 팔아먹는 브로커가 달라붙어 있습니다. 일본에서 그녀는 여전히 ‘낡긴 했지만 상품’인 것입니다.

저는 김현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일본을 장사해먹을 시장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천박한 춤을 당장 그만 두라. 당신이 일본방문을 희망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환영하고 싶다. 그러나 일본방문은 추악한 춤을 멈추고 자신의 책무를 명확히 이행한 뒤, 진실을 명확히 고백하고 당신이 진정으로 자유를 획득한 뒤에 해야 할 것이다.’ 라고.

KAL가족회 여러분. 그리고 KAL가족회를 성원하며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면서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노력해주시는 모든 분들.

저는 여러분들 모두와 함께 걷습니다.

오로지 여러분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2009년1월17일 도쿄에서
노다 미네오(저널리스트)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