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 교수는 자신의 글 「제2세대 북한영화 연구의 서장을 열며」가운데 ‘북한에서 영화의 자리’란 소 목차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북한영화의 기본적인 역할은 …(중략)… 조선로동당의 이념, 김일성.김정일체제의 정당화 기능이다. 그리고 부차적으로 주민들의 여가선용의 대상이다. …(중략)… 북한에서 영화 이외에 특별한 여가활동이나 오락거리가 없다는 점도 영화가 중시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여가시설이 풍족하지 않고, TV에서도 영화 방영비율이 남한에 비해 훨씬 높다.(방송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영화의 편성비율은 40%를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의 영화는 집권자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중요한 문화매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우영 교수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여가활동이나 오락거리가 없다는 점’ 등은 구체적 실태조사를 해보거나 그곳 사람들의 놀이문화 등을 분석해 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추후의 논쟁으로 남겨둔다고 할지라도 ‘TV에서 영화의 편성비율이 40%를 상회하고 있다’는 주장은 쉽게 확인 가능한 것이므로 조사를 해 보았다. 참고로 북의 <조선중앙텔레비죤> 편성표는 통일부의 <북한자료센타> 홈페이지에서 매일 업데이트가 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2008.12 영화·드라마 방영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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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으로 표시된 날짜는 영화 및 드라마가 한 편도 상영 안된 날임)

일단 필자가 간단히 지난 2008년 12.1(월)부터 12.7(일)까지 1주일을 조사해보았을 때 '예술영화'와 '텔레비죤극'을 모두 합하여도 20%를 넘지 못하였다.

그리고 2008년 12월 한 달을 조사해 보았을 때 4, 5, 6, 10, 22, 25, 26, 29, 30일 등 총9일간은 영화나 드라마 등이 단 한편도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표 참조)

아무리 연말이라 할지라도 한 달 동안 방송매체인 TV에서 영화나 드라마가 단 한편도 없는 날이 9일이나 된다는 것을 남쪽 방송의 경우 상상이나 가능한 일이겠는가?

또 가장 많은 시간을 방영하는 일요일 등 휴일의 경우에도 영화 및 드라마를 모두 합하여 2편 이상을 넘기기 않으며 간혹 3편 이상인 경우에는 대부분 추가로 방영되는 것은 인민들의 질서의식 이나 경로사상 등을 계몽하기 위한 10분 내외의 토막극들이었다.

물론 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오랜 기간을 조사해보아야 정확하겠지만 이 정도의 간단한 조사만으로도 이우영 교수의 주장이 얼마나 과장된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참고로 2006년 12월 6일의 조선중앙방송TV의 편성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2008년 12월 6일(토요일) 조선중앙방송TV 편성표> 

시간

제        목

17

10

보도

20

오늘호 중앙신문 개관

40

아동방송시간「아동영화」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2) – 별이와 훈이

18

00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개건확장된 중앙동물원을 현지지도하시였다.

12

「소개편집물≫중국의 오랜 도시 봉황

19

「체육상식」축구경기에서 주심의 임무(1)

25

「병사의 고향소식」전변의 새모습 자랑하는 사논 – 신양군 후방가족들(1)

44

「자연상식」기러기행렬의 원인

48

「련속기행」항일의 전설적 위인의 거룩한 자욱 – ≪한홉의 미숫가루≫전설이 꽃펴난 곳에서

19

16

「음악이야기」만대에 울려갈 혁명송가 ≪김일성장군의 노래≫

38

위인을 모시여 빛나는 강산 「소개편집물」삼지연못가에 새로 꾸려진 인민의 유원지(2)

20

00

보도

32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개건확장된 중앙동물원을 현지지도하시였다.

41

「체육경기소식」제4차 세계청소년 녀자축구선수권 대회중에서 – 조선:일본

22

13

「과학기술상식」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리터≫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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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보도 중에서

(자료 : 북한자료센터 홈페이지)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주말인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영화나 텔레비죤극 등의 영상물이 단 한편도 방송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1일의 편성표에 불과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북의 방송기관이 TV방송을 통한 인민들의 교양과 보도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북은 방송에서 교양 프로그램이 가장 많으며, 뉴스 등 보도가 꽤 많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물론 방송시간 자체가 평일의 경우 오후 5시 10분부터 오후 10시 30분 정도로 총 5시간 30분 내외에 불과하다.

반면에 남쪽은 1일 20시간을 넘게 방송할 만큼 북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방송한다. 여기에 24시간 방송하는 여러 케이블방송까지 합친다면 남쪽 방송의 오락성은 방송심의에 의하여 규제되지 않고는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것이다.(아래 표 참고)

<지상파방송 3사의 유형별 편성 현황> 

구분

보도

교양

오락

시간(분)

비율(%)

시간(분)

비율(%)

시간(분)

비율(%)

KBS1TV

135,430

30%

   237,130

53%

    77,785

17%

KBS2TV

49,645

11%

   230,205

52%

   165,970

37%

MBC TV

97,736

22%

   161,046

36%

   193,743

43%

SBS TV

92,350

21%

   147,830

34%

   194,385

45%

(방송위원회, 2007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 2007.10, p.41)

물론 좀더 치밀하고 광범위한 연구 및 조사가 필요한 일이겠지만 드라마, 영화, 오락물 등 시청자들의 소일거리로 제공되는 프로그램들의 편성비율을 비교해 보면 아마도 남쪽의 그 비중이 더 클 것 같아 보인다.

어쨌든 이쯤 되면 위에서 이우영 교수가 주장하는 북한TV에 대한 논리는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북에서는 여가활동이나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여가시설이 충분하지 못하여 그들의 놀이문화를 대치할 수단으로 영화가 중시된다는 논리는 ‘문화’와 ‘문명’을 정비례 관계로 설정하는 접근방식인데, 이러한 접근방식에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는 마치 물질문명이 확대된 현대인들이 지난 과거보다 훨씬 더 활발한 놀이문화를 갖고 있다는 단순 논리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놀이문화와 문명발달이 대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놀이시설 등 문명의 발달이 뒤떨어졌다고 하여 꼭 그들의 놀이문화가 궁핍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비과학적인 접근방식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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