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앉은부채. [사진-정관호]
앉은부채
복수초와 앞을 다투는 바지런이 꽃
눈도 채 녹기 전 잔설을 밀치고 내미는 이마
그래도 꽃이삭은 두꺼운 포로 감싸여 병풍 바람막이
그 모양이 화염광배를 두른 불상 같기도 하고 처마 밑에서 소나기를 피하는 샌님 같기도 하고
그 덕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양파 썩는 냄새를 풍겨 날파리들이 끓게 만들고
그래서 짐짓 산골짜기 으슥한 데에 터를 잡는가
꽃갓을 가리고 싶은 듯 넓고 야들한 이파리 그 모양이 부채 같대서 이런 이름을 받았을까.
▲ 앉은부채. [사진-정관호]
▲ 앉은부채. [사진-정관호]
도움말
앉은부채는 산속 응달 축축한 데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른 봄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데, 그 모양이 매우 특이하다. 불상의 광배(光背)를 닮은 다갈색 불염포(佛焰苞)에 싸여 살이삭꽃차례(肉穗花序)를 이룬다. 벌나비가 날뜨지 않는 철이어서 악취로 파리를 불러들여 가루받이를 한다. 잎은 그 뒤에 나와서 꽃을 덮는다. 유독성식물로 뿌리는 약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