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주목 열매. [사진-정관호]
주 목
소백산 비로봉 북쪽 비탈에서 덕유산 백련사 뒤 사면에서 태백산 문수봉 언저리에서 자생숲을 마주하고 무릎을 접다
수피가 붉어서 주목 심재는 더욱 붉어서 적목 열매까지 따라서 진하게 붉은 방울
눈을 뒤집어쓰고 펼친 그 가지뻗음의 경외스러움 파란 하늘을 배경하고 눈가루를 날리는 어른스러움
어떻게 그 모습을 우러르며 바둑판 만들 생각이 떠오를까*
어떻게 그 이파리를 쓸면서 파다가 돈으로 바꿀 계산이 설까
고목 둥치까지 잘라서는 내 집 거실을 꾸밀 작정을 세우다니
기대어 기념사진 찍기도 저어로운 품계가 저토록 높은 나무 그 살결을 만지며 생각한다 혹 이승에서 깊은 죄 아니 지었을까고.
* 한때 도벌꾼들이 바둑판이나 가구를 만들어 비싼 값으로 팔려고 오래 자란 주목들을 난 벌함으로써 세론을 들끓게 한 적이 있었다.
▲ 덕유산 주목. [사진-정관호]
▲ 태백산 주목. [사진-정관호]
▲ 소백산 비로봉 주목 자생군락 (천연기념물 제244호). [사진-정관호]
도움말
주목(朱木)은 높은 산에서 자생하는 늘푸른큰키나무(常綠喬木)다. 15미터 정도까지 자라며 수피는 적갈색, 잎은 뒷면이 흰색을 띤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주 오래 사는 나무다. 한때 난벌로 위기에 천한 적도 있는데, 그 자생지는 천년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재목으로는 물론이고 약재로도 아주 귀하게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