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력자인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의 추석연휴중 남한 방문(11-14일)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문제등을 비롯한 남북간 주요 현안 타개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김 비서와 그의 카운트파트인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보는 김비서의 장시간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 전반에 관해 깊이있는 대화를 나눔으로써 상호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축된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지난 11일 서울에 도착했던 김 비서는 외형상 북한의 칠보산 송이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남측의 정상회담 대표단, 그리고 남측 방북 언론사 사장단, 현대 관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그의 이번 방문 목적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앞선 사전 정지작업은 물론 이산가족 교류와 경제 협력 확대, 신뢰구축문제 등 남북 주요 현안에 대한 남측의 의도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남북 양측은 김 비서의 남한 방문을 계기로 핵심 인사들간의 의견 교환으로 주요 현안에 의견 조율이 이뤄져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남측은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이달 초 북송된 이후인 지난 5일 제2차 남북 적십자회담을 판문점에서 개최할 것으로 제의했으나 북측의 무응답으로 이 회담의 개최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일부 관측통들은 남북간에 뭔가 이상기류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했었다.
그러나 김 비서와 임 특보는 12일 제주 신라호텔의 장시간 심야 접촉에서 김국방위원장의 내년 봄 서울 답방, 이르면 26일께 제3국에서의 남북 국방장관급 회담 개최, 18일께 제2차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등에 의견을 같이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밖에 2차 장관급회담의 합의 사항인 경의선 복원 동시 기공식과 실무접촉, 투자보장 및 이중과세방지 등 경협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실무접촉 등의 이달중 개최일정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남북간 회담 및 접촉 일정 확정은 그동안 우리측 희망 사안에 상당 부분 접근시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남북 양측의 이런 접근은 북측 최고 실력자의 최측근인 김 비서와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임 특보가 지난 며칠간 서로 머리를 맞대고 남북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한 결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12일 밤 제주 신라호텔에서 5시간 가깝게 진행된 남북 두 사람의 심야 마라톤 접촉은 남북관계 실무에 종사하는 핵심 실무자들간의 신뢰 형성에도 크게 이바지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제주의 한라산, 포항제철, 경주 불국사 등에 대한 김 비서의 지방 방문은 남측의 경제수준은 물론 남측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된다.
하지만 북측 요구사안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어 이런 긍정적인 평가만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지도 모른다. 남측이 기대하고 있는 국국포로와 납북자 송환에 대한 북측의 입장이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 김용순 방문결산 > 지방 방문의미②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11일부터 14일까지 남한을 처음 방문한 김용순(金容淳) 북한 노동당 중앙위 비서 일행이 서울 외에 제주와 포항, 경주 등지를 방문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 비서 일행은 11일 하루동안 서울에 머문뒤 12일에는 한라산을 포함한 제주 일원을, 13일에는 대구를 경유, 경주와 포항제철을 둘러봤으며, 이날 저녁 서울로 돌아와 14일 청와대를 예방한뒤 평양으로 귀환한다.
김 비서 일행이 지방 방문에서 눈에 띄는 곳은 제주와 포항이다.
김 비서의 제주방문은 우선 이달 말부터 내달 초 사이에 실시될 예정된 남북 각기 100명 규모의 백두산.한라산 교차관광과 오는 27-30일 한라산에서 있을 3차 장관급 회담에 대한 사전답사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비서가 1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송이전달식에서 남측 초청인사들과 환담을 나누는 가운데 `백두산과 한라산 교차관광을 해보고 좋으면 (내년)봄에도 하고 여름에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 비서의 제주방문은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8월 남측 언론사 사장단과의 대화에서 `한라산 일출을 보고 싶습니다`라며 한라산 관광을 희망했음에 비춰 김 국방위원장의 남한방문 일정도 미리 짚어본다는 뜻을 내포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용순 비서 일행의 제주 방문과는 달리 포항제철 방문은 관광이 아닌, 경협이라는 차원에서 또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다시 말해 2차 장관급 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장관급 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과 만나 `빠른 시일내에` 15명 규모의 경제시찰단을 남측에 파견하기로 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 간의 경협을 향후 확대 발전시키는데 있어 필수적인 남한 경제구조의 견학을 대남정책의 총수격인 김용순 비서가 직접 행함으로써 경협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때문에 지난 92년 7월 당시 김달현(金達玄) 북한 정무원 부총리 겸 대외경제위원장의 남한 산업시설 참관보다도 이번 김 비서의 포항제철 방문은 격이 더 높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비서가 세계적 관광지인 제주와 근대화의 표상으로 인식되는 포항 등 지방방문 일정을 소화한뒤 평양으로 귀환해 어떠한 결과를 내놓고, 이것이 향후 남북관계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김용순 방문결산 > 임 특보-김 특사③
김용순(金容淳) 당비서의 방문은 북측 대남정책과 우리측 대북정책 총괄 담당자의 서울.제주 밀회로 요약된다.
국가정보원장인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별보좌역은 11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로비까지 나와 김 비서를 반갑게 맞은 이후 임 특보는 김 비서의 모든 공식 일정에 동행했다.
추석인 12일에는 제주에서 만찬을 마친 후 모든 배석자를 물리치고 1시간 반 가량 김 비서와 독대를 해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깊숙이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 특보와 김 비서는 남북 양측 최고지도자의 심중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최고 실력자의 최측근인 임 특보와 김 비서간의 만남은 올들어 지난 5월 정상회담을 20일여 앞두고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임 특보는 판문점을 통해 평양에 들어가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비롯해 많은 문제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6월 14일 오후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단독회담에 배석해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내는데 산파역을 맡아 남북 양측의 한반도 정책 핵심역할을 해냈다.
특히 이번에 서울과 제주도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은 남북간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적십자회담과 경의선 복원 실무협의가 남측의 제의에도 열리지 않고 있고 대북식량차관 제공과 관련해 시기와 지원량 결정에 앞서 이뤄졌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 북한이 오는 10월 당창건 55주년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남측 정당 인사 및 전직 대통령의 초청 여부도 관심을 끈다.
임 특보와 김 비서간의 이번 만남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해법을 만들어낼 지 지켜볼 일이다.
< 김용순 방문결산 > 김비서와 수행원④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11-14일 남한을 방문한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의 일행 가운데는 당과 군부의 실세들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 비서를 비롯해 주요 북측 수행원들의 면면을 정리했다.
▲김용순 비서 = 현재 노동당 중앙위 대남담당 비서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조국통일평화위원회(조평통) 부의장이다. 그는 이른바 `대남사업 총책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확고한 신임을 받고 있는 최측근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관리 가운데 유일하게 배석, 자신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했으며, 김 위원장이 `용순 비서`라고 찾는 등 각별한 애정을 받았다.
61년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뒤 노동당에서 활동해온 김 비서는 72년 당국제부 과장, 74년 부부장, 80년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에 올랐고 84년 당국제담당 비서로 거듭났다.
92년들어 대남분야로 자리를 옮긴 그는 12월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됐고 당정치국 후보위원에도 선출되는 등 명실상부한 대남정책의 사령탑이다.
▲박재경 인민군 총정치국 부총국장 = 박재경 부총국장은 군계급으로는 원수-차수를 제외하고 최고 위치인 대장의 계급을 갖고 있으며,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빠짐없이 수행하는 군부내 실세.
11일 오후 300명 분량의 추석선물 송이를 전달하고 평양으로 귀환해버려 아쉬움이 남지만 그는 군내 최고실세 조직인 인민군 총정치국 선전담당 부총국장으로, 조직담당 부총국장인 현철해 부총국장과 함께 막강파워로 꼽힌다.
김정일의 신임이 각별한 군내 사상사업을 담당하는 박 부총국장은 현재 당중앙위 후보위원으로 당내 입지도 탄탄하며, 의회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이기도 하다.
▲림동옥 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 림 부부장은 남측에는 오히려 림춘길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김용순 비서의 대남정책을 보좌하는 통일전선부의 최고직책을 맡고 있다.
6.15 남북 공동선언 서명식에도 림 부부장이 배석했으며, 남북 회담에도 자주 모습을 보여 북한 내에서 남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라고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당국의 한 관계자는 소개했다.
림 부부장은 통전부에서만 활동해왔는데, 지도원.부과장.과장을 거쳐 88년께 부부장으로 승진했으며 같은해 당중앙위 후보위원으로 선출됐고 지난 98년 7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권호웅 당중앙위 지도원 = 권 민이라는 가명으로 더 잘 알려진 권 지도원은 북한의 차세대 `회담일꾼`으로, 정상회담 준비접촉과 남북 장관급 회담 등 각종 대화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남북관계에 깊숙이 관여, 지난 96년 미국 UC버클리대학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통일 심포지엄`에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대표로 참석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으며, 남북 직접대화가 막혀있었을때 중국 베이징(北京)을 통한 남북 교류와 협력의 북측 창구역할을 해왔다.
▲김광렬 당중앙위 지도원 = 김 지도원은 90년 9월 서울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림동옥 당중앙위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당시 직책은 연형묵 총리 책임보좌관)을 수행해 참석했던 인물.
그 역시 당 통일전선부 소속 지도원으로 추정되며 권호웅 지도원과 함께 김용순 비서를 보좌, 경의선 복원 실무협의 등 남북간의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2000/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