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인권단체 등 16개 단체들은 해직.파면 교사 학교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선택할 기회를 줬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해직.파면한 일부 학교들이 학생들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본관 건물 등에 자물쇠를 채워놓는 등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 16개 인권.청소년단체들은 2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진정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폭로하고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신체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 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사들과 학생들의 증언, 언론 기사 등을 토대로 진정서를 작성하여 인권위에 진정을 내며, 사안이 긴급하고 침해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긴급구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 최혜원 길동초등학교 교사.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해직 당한 최혜원 길동초등학교 교사는 "본관건물의 중앙현관을 비롯해 출입구 6개를 자물쇠로 봉쇄하여 학생들의 이동을 막았다"며 층계 계단에는 방화셔터까지 내려져 학생들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 교사는 "학생들은 교사의 허락을 받아야만 중앙현관 출입이 가능"하다며 "1,2학년 교사들 15명이 교실 앞문을 지키며 학생들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학교 내부 상황을 전했다.

학생들의 이동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은 길동초등학교 뿐만이 아니다. 광양중학교는 17일 이후 교문을 잠그고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한 명씩 들어가게 하며, 3학년 1반(해직된 윤여강 교사 담임) 교실 문에 교사를 3명씩 배치하고 학생들이 화장실 이외에 다른 곳으로 못 가게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에 자녀가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아고라에 '우리가 동물처럼 느껴진다', '학교가 감옥처럼 변했다'라고 쓴 글을 봤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단체들은 거원초등학교와 청운초등학교의 경우에는 경찰이 학교 안팎에 배치돼 "학생들에게 두려움을 줘서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학생들의 사상.양심의 자유 또한 침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의사 표현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저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체들에 의하면 "6개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에게 집회나 문화제에 참여하지 말라고 하거나 시위를 하지 말라고 학교 측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집으로 전화를 하거나 학교에서 직접 위협을 하거나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등 그 방식들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청운초등학교에서는 해직당한 교사를 따라 나서려는 학생들을 학교 측이 억지로 말려서 학생의 소매가 찢어지고 학생 한 명은 실신하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또 일부 학교들이 일제고사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해서 강제로 시험을 보게 하거나 압박을 가하는 등 교육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구산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교체되어 해당 반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교사를 교체한 이후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등 때우기 식으로 수업을 하며 정상적인 교육을 하지 않아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광양중학교 또한 도서실에서 수업을 하고, 학생들이 해직당한 교사와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5교시, 6교시 수업 시간을 급하게 바꾸거나 원래 가기로 한 체험학습을 갑자기 취소하는 등 변칙적인 학사운영을 하고 있다"고 알렸다.

진정인들은 "23일 또 한 차례 일제고사를 앞두고 시험을 거부하는 등 다양한 불복종 행동을 취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비롯한 각종 불이익이 예상되고 있다"며 "학교가 학생들의 정당한 의사표현과 일제고사에 대한 불복종행동을 탄압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기준을 발표하여 학생인권 침해를 예방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일제고사를 강요하거나 공정택이 얘기하는 교육을 아이들에게 강요했다면 마지막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그렇게 울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직.파면된 교사들이 죄가 없음을 강조했다.

▲ 정상용 교사와 제자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파면 징계를 받은 정상용 구산초등학교 교사를 응원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한 3명의 제자들은 "선생님을 도우려고 왔어요", "너무 억울해서요", "선생님은 피해자예요" 라며 '선생님'을 '변호'했다.

한 학생은 "체험학습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선택했는데 왜 징계는 우리 선생님이 받아야 되나요?"라며 정 교사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알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제고사에 반대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줄 세우기 경쟁'보다 '친구들과 나란히 가는 교육'을 택한 학생.학부모의 결정을 존중했다는 이유로 7명의 교사가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내몰림을 당했다"며 "이들 교사에 대한 징계는 학생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탄압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것도 모자라 해당학교가 해직교사들과 연대하려는 학생들의 움직임을 또 다시 탄압하는 것은 심각한 학생 인권침해"라며 "현재 7인 해직교사의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인권에 대한 탄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일 일제고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초등교사 6명과 중등교사 1명에 대해 3명은 파면, 4명은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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