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습은 없다 <도서출판 선인>』235쪽, 정가 16,000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남한 사회에서 만연할 무렵, 일부 언론들이 급변사태 발생을 전제로 북한이 중국과 같은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이라고 타이틀을 뽑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세습은 없다 <도서출판 선인>』의 저자 김광수 씨는 "북한은 사상.이론적으로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집단지도체제는 북한의 지도사상인 주체사상, 유기체 원리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즉 북한이 한 사회를 수령-당-대중이라는 '유기체'로 인식하고 주체사상을 고수하는 이상, 수령제 사회를 포기하고 '집단지도체제'로 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거꾸로 북한이 실제로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한다면 "주체사상과 유기체 원리를 폐기하거나, 이도 아니면 현실 사회주의권이 몰락한 것과 같이 '과도기적'인 집단지도체제의 도입"이라며 "이는 멸망의 '사전단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단적으로 말한다.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라면 '3세 세습'일까? 저자는 이같은 이분법적 해석을 배격한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책 제목이 말해주듯 애초부터 북한 후계체제에 '세습은 없다'.

저자는 북한의 후계자론을 '혈통승계'로 기정사실화하려는 기존의 연구는 북한의 사회원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에서 말하는 수령의 후계자 승계문제는 '혈통승계'와는 연관이 없다. 더 구체적으로 "후계자로서의 자질과 품격을 갖추고 있는데 그가 수령과 혈연관계에 있다고 해서 주저할 이유 또한 없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추대된 것도 이 논리로 설명된다.

즉 북한의 후계승계 기준은 북한의 통치철학을 굳건히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2기 후계자는 북한의 현실적인 문제, 즉 북미관계의 정상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북한의 국정좌표인 강성대국 건설노선에서 마지막 관문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경제강국'으로의 진입 등에서 자신의 업적이 부각되면서 후계자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김일성 주석이 항일무장투쟁이라는 역사적 자산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회주의의 승리와 고난의 시기 '선군혁명영도'로 수령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북한의 권력승계이론과 후계자론을 북한의 원전에 집중하면서 기존 연구 서적을 교차시켜 분석하고, 실제 이러한 이론이 김정일 체제 등장에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증명하면서 2기 후계승계에 대한 이론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저자 김광수 씨는 현재 부산 민주공원을 수탁운영 하는 '사단법인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대학생총연합 정책위원장, 민주주의민족통일부산연합 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아울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의 후계승계에 관한 연구'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세습은 없다 <도서출판 선인>』235쪽, 정가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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