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2)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산부추
산길 호젓한 풀섶에 들면
거기서 으레 만나게 되는 풀
가을 단풍이 익을락말락
웬만한 들꽃은 이미
그 역사를 마쳤을 즈음
조금은 설핏한 꽃차례
붉자주 무리꽃으로 동그스름하다
우리가 농사짓는
그 부추나물의 조상쯤 될까
산마늘 산달래는 사촌 뻘이나 될 테고
이파리 두어 낱의
그 단촐한 생김생김으로 해서
그 잘 뜨이지 않는 성정으로 해서
마주치면 잠시 멈추게 된다
한 해 가을에
한두 번 보지 못하고 넘어가면
서운함으로 남는 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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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호
cow@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