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회담이다.

각국의 태도도 그렇고 회담이 흘러가는 모양새도 그렇다. 무얼 하고자 모였는지, 당사국 간에 최소한의 공감대 형성 이후에 회담을 시작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먼저 의장국인 중국의 불투명한 태도가 회담 내내 구설수에 올랐다.

중국은 이번 '제6차 6자회담 제3차 수석대표회의' 개최에 대해 공식발표도 없이 8일 전체회의를 시작했다. 회담이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중국의 중재력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진전 전망이 어느 정도 설 때 회담을 열었던 과거와 비교된다는 것이다.

베이징 켐핀스키호텔 프레스센터에서는 "이 지경인 데 왜 중국이 회의를 열었는지" 불평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핵심 당사국 중 하나인 미국의 행태도 아름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12.8 회담 개최'를 미리 흘려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더니, 10일 저녁에는 힐 차관보가 수석대표회의 중 '기자들과 6시45분에 만나기로 했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여타국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임기 말 외교적 성과를 바라는 부시 미 행정부가 '억지 회담'을 성사시켰다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일의 엇박자 행보는 그렇잖아도 힘겨운 미국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는 평이다.

한국의 김숙 대표는 '에너지 지원-검정의정서 연계 방침'을 밝혀 북한을 자극하고, 일본측 사이키 아키다카 수석대표는 13일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핑게로 10일까지 가야 한다고 징징거리며 물을 흐리더니 9일 밤에는 '검증 초안'의 내용을 기자단에 흘리기도 했다.

한.일의 행보에 대해 미국측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11일 아침 숙소를 떠나면서 '한국측 대표가 방금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내려 왔다'는 기자의 말에, 힐 차관보는 "(한국측이) 벌써 작별인사를 했다는 말인가"라며 놀라움과 함께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국측의 결정이 나오자 마자 알려주겠다"면서 "만약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그때 가서 그렇게 하겠다"는 말로 한국측 김숙 수석대표의 경솔한 발언을 우회적으로 힐난하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이례적으로 활발한 러시아도 이상 기류에 한 몫 하고 있다는 평이다.

러시아는 7일 한국 및 미국과의 연쇄 양자협의를 통해 국제원자력기구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한.미.일을 고무시켰으나, 이로 인해 그간 유지됐던 6자 구도의 균형을 무너뜨려 10일 수석대표회의 파행에 한 몫 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시종일관 자신의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되나 득실과 관련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은 11일 오후 '좀 더 논의해 보자'고 중국측에 연락, '검증 초안'에 대한 의견을 이번 회담에서 처음으로 문서 형태로 제출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어쨌든 11일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5시)에 각국 수석대표들이 모여 '앞으로 계속 논의하자'는 선에서 회담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이상하게 시작한 회담이 허무하게 끝나는 셈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