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2)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덜꿩나무,열매. [사진-정관호]
덜꿩나무
어른 키를 조금 넘을락말락 둥그스름한 윤곽을 그리며 조금 처지는 듯한 가지뻗음 소담한 흰꽃은 눈높이에서 향긋하다
볕의 따스함으로 벌나비를 부르다가 가루받이가 끝날 무렵이면 때이른 소나기 한 줄금 내리고 절기는 바야흐로 삼복 더위
숲의 저만치서 소리 없이 그 있음을 드러내지 않다가 단풍들 무렵이면 새빨간 열매로 산새들의 눈길을 끄는 슬기
뭇 초목이 겨울잠에 들고 눈마저 수북이 내릴 때 가지 끝에 주렁이는 말랑송이들 손바닥에 하나 가득 얹힌다
은혜로움이 이다지 크고서야 보배로움이 이다지 곱고서야 받들기조차 저어로운 그 마무리 경외로움에 그저 공손히 무릎꿇는다.
▲ 덜꿩나무,꽃. [사진-정관호]
▲ 덜꿩나무,열매. [사진-정관호]
도움말
덜꿩나무는 산지에서 자라는 갈잎좀나무(落葉灌木). 가지나 잎에 잔털이 많고, 달걀꼴 잎은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5월에 피는 꽃은 흰색, 가지 끝에 우산꽃차례(傘形花序)로 피며 9~10월 에 빨간 씨과실(核果)로 익는다. 송이져 매달리는 그 열매가 볼품이 있어 요즘에는 조경수로 더러 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