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목요일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일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그보다 훨씬 큰 중대한 기로에 서는 일이 많지만 어른이 되기 직전, 통과의례처럼 보는 수능 시험은 당사자에게는 세상 누구보다도 힘든 중압감을 주곤 합니다.

시험을 앞두고 여유 없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 이때 자그만 위안을 주는 것이 바로 엿이 아닐까 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선물 받은 엿 하나를 물고 입안에 달콤함이 퍼지면 잠시나마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을 느끼곤 하지요.

‘엿을 열 섬이나 버리고도 방이 붙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는 머리가 우둔한 사람을 빗대어 한 말로 아무리 공을 들여도 시험에 붙지 못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예전에도 시험을 보는 이들에게 엿을 주는 풍습이 있어 과거길을 떠나는 이에게 괴나리 봇짐에 엿을 넣어 주곤 했습니다.

이는 끈적끈적한 엿이 달라붙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엿의 성질처럼 딱 붙어 합격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와 함께 머리를 많이 쓰는 정신적인 노동을 위해서는 당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것을 먹이기 위한 실용적인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시험을 보러 갈 때 외에도 엿은 햇곡식이 없는 겨울을 맞아 정월초하루에 제수음식으로 사용,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가 하면 정월대보름에는 ‘만복이 달라붙어 복된 한 해를 시작한다’라는 의미로 복엿을 먹곤 했습니다.

또 시집을 가는 신부에게 폐백음식으로 이바지엿을 보내면서 시집식구들이 엿을 입에 물고 먹는 동안 며느리 흉을 덜 본다는 입막음의 역할로 시집살이를 덜 심하게 하길 빌고 부부간의 정도 엿처럼 달라붙으라는 의미로 백년해로의 정표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엿은 우리 민족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갈등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엿을 언제부터 먹었는지는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지만 곡물을 생산하고 이를 가공해 저장을 하기 위해서 먹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광해군 3년(1611년) 허균이 조선팔도의 식품과 명산지에 관해 적은 도문대작으로 검은엿과 흰엿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후 1771년에 편찬된 ‘고사신서’에서는 엿이 흰찹쌀이나 흰쌀 또는 수수, 강냉이 등을 삭혀서 고은 것이라고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동의보감’에는 ‘엿은 허한 것을 보하고 갈증을 멈추며 비위를 든든하게 하고 몰린 피를 헤치며 중조를 보한다. 기력을 돕고 담을 삭이며 기침을 멈추도록 하고 오장을 눅혀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향약집성방’에는 ‘엿은 맛은 달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되, 몹시 허약한 것을 보하고, 갈증을 멈추며 궂은 피를 없앤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지방마다 특산품을 이용해 엿을 만들곤 했는데 평안도의 수수엿, 밤엿, 깨엿, 강원도의 감자엿, 고구마엿, 제주도의 꿩엿, 닭엿, 보리엿, 호박엿, 충청도의 무엿 등이 유명합니다.

북녘에서도 엿을 민속당과류로 꼽으며 계승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북녘의 조선출판물수출입사가 지난 2005년 출간한 ‘민속명절료리’에도 엿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를 옮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엿은 낟알에 들어 있는 전분을 당화시키는 보리길금의 효소작용을 리용하여 만든것으로서 우리 선조들이 오래전부터 즐겨 먹어 온 민족당과류의 하나이다.
엿이라는 말은 잡아 당기면 끊기지 않고 늘어 나면서 계속 이어 진다는데로부터 《이어 지다》, 《잇다》에서 유래된 고유한 조선말이다.
우리 선조들이 엿을 만들어 먹은 력사는 매우 오래다.
엿의 기본재료인 낟알이 이미 원시시대에 재배되였고 《삼국유사》에 우리 선조들이 매해 설명절이 오면 술, 떡, 밥, 다과 등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는것을 보면 당과류의 하나인 엿도 이미 세나라시기이전부터 만들어 먹었을것으로 보아 진다.
그후 우리 선조들은 엿의 조리법을 더욱 발전시켜 왔다.
엿은 몸보신제로뿐아니라 타박상을 당하여 어혈이 졌을 때와 물고기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병에 약으로 쓰이였다. 그리고 계피나무껍질, 마른 생강, 우무가사리, 매화열매 등을 넣어 만든 계강엿은 좋은 가래삭임약으로 리용되였다.
설명절과 정월대보름을 계기로 엿을 많이 만들어 두었다가 명절음식상에도 올려 놓고 어린이들의 주요간식으로도 쓰군 하였다.
엿은 강정과 같은 과자류를 만드는 주원료로도 리용하였다.
우리 나라의 엿은 맛이 좋고 건강에도 좋은것으로 하여 주변나라들에까지 명물로 전해 졌다.

수험생이 아니고도 요즘 경제가 어려워 힘든 분들이 많은데요, 작은 엿 한 조각이라도 드시며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느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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