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2)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용 담
긴 여름 내내
뜨거운 볕 아래서
참고 마디게 자라다가
천둥 번개 소나기
다 받고 다 맞으면서
군소리 한 마디 없다가
서늘한 바람이 조금씩 일기 시작하면
그제야 꽃망울을 추스른다
양껏 받은 햇볕과
받들고 붙좇던 하늘과
그것이 어울려서 진자주 꽃색깔이 되고
그 인고와 정성은
또 뿌리로 내려가서
천하에 제일 쓰다는 영약으로 가라앉는다
그를 닮은 동기들 가운데
이파리가 좁고 뾰족한 칼잎용담은
서슬 퍼런 우리 고장의 특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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