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치산 출신 장기수 정관호(82)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싸 리
묵은 가지로는 빗자루
당년 가지로는 삼태기
쪼갠 개비로는 채그릇
벗긴 껍질로는 동아줄
결어서는 외
엮어서는 사립문
잘라서는 윷짝
꺾어서는 회초리
송이진 꽃에서는 꿀
진을 내서는 부스럼 약
붉게 그리면 화투 칠싸리
속을 후비면 송광사 큰구유
산비탈에 심으면 사방조림
골라 베어서 꼴
마구 쳐서 두엄
불땀 좋기로는 일등
연기 안 나기로는 이등
하나 버릴 것 없는 복나무
생활 변두리의 민초 나무
떨거지를 거느린 대가족 나무
이름을 좋게 가져 참싸리
울타리로 알맞춤 조록싸리
키낮은 땅딸보 좀싸리
맨 나중에 피어서 늦싸리
거기에 꽃이 예쁜 꽃싸리가
이름도 맵시도 계집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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