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 (전 <전남 노동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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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양지꽃
물기라고는 한 방울 없는
산정 바위 틈에 뿌리를 박고
모질게 뻗치며 살아가는 악착이
잠시 잠깐 스치는 안개
어쩌다 내리치는 소나기로 미역 감으면서
한여름 뙤약볕 아래 터뜨리는 기적
손이 닿으면 델 것 같은
그 뜨거운 바위 이마에서
어찌 티끌 알갱이를 붙잡고
저리도 황홀한 노랑을 뱉어내는가
피고 지고는 또 피어올라
높이 탑이라도 무어올릴 충천의 기세
태양에로의 그 다함없는 흠모
그를 가녀림으로 동정하면
그를 앙징하다고 어루만지면
죄받을 것 같은 힘의 야생녀
후광으로 빛날 거룩함의 산꽃이여.



갑자기 무기력해진 세상, 잘 쉬었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