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광복63주년 자주독립 8.15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대학생들의 통일을 향한 뜨거운 열기로 63주년 광복절 행사의 막이 올랐다. 열대야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여름 밤, 올해로 4회를 맞는 한대련 문화제가 학교 당국과 경찰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된 것.

14일 밤 11시 30분,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학교 문화관 대극장에서 전국 각 지역의 대학생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주최한 '광복 63주년 자주독립 8.15 문화제'가 열렸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촛불로 독립선언'이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문화제는 당초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숭실대학교 학교본부가 문화제 개최를 일방적으로 불허한 가운데 급작스럽게 장소가 변경됐고, 강민욱 한대련 의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크고 작은 외압에 맞서 열린 8.15 문화제에 대한 참가한 대학생들의 '사랑'은 각별했다.

▲ 참가한 대학생들의 호응도 각별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우리가 만드는 통일의 길' 한대련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한 대원은 "자세한 내부사정은 솔직히 잘 몰랐다"면서 "광복절과 100차 촛불문화제를 앞두고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되는 것 같은데, 이런 시련들을 이곳에 가득한 대학생들의 젊은 패기로 이겨낼 것이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촛불정국'에서 날로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촛불끄기' 공세에 대해 공안탄압이라고 강하게 규탄하며, 대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실천'을 강조했다. 아울러, 100번째 촛불문화제에 임하는 각오와 다짐들을 밝히는 등 2008년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도 묻어나왔다.

특히 참가자들은 광복 63주년을 맞은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명박 정부와 일부 보수세력이 주장하고 있는 '건국 60주년'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숭실대 8.15추진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남주현 학생은 "갑작스런 학교와 정부의 탄압으로 광운대에서 진행하게 됐다"며 "건국과 정부수립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부를 보며 8.15추진본부를 결성하고 실천 활동을 전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아스팔트 농활대'의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문화제에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지난달 2일 발족한 '아스팔트 농활대'의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문화제를 찾았다. 강 대표가 무대 위로 오르자, 500여 명의 대학생들은 일제히 "강기갑"을 연호하며, 뜨거운 박수로 강 대표를 맞았다.

강 대표는 "63년 전 독립 국가를 선언했지만 제대로 된 독립국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 검역주권, 농민들의 생존권을 한 쌈에 싸서 굴욕적이고 예속적으로 미국에게 조공을 바쳤다"고 비난했다.

그는 "독립운동을 한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역사를 암흑 속에 묻어버리려고 하는 것이 이명박 정권이다"면서 "이것을 우리가 막아내야 한다. 대학생들이 일어서야 미래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아스팔트 농활대' 대표로 광운대학교 '새내기' 조연수 학생은 "지하철 선전전을 하면서 '반공할아버지'들의 꾸지람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시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스팔트 농활대 활동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사회참여 의지가 죽지 않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대원들이 '코믹 아카펠라' 장기자랑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보급곡 '바로지금이에요'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는 중앙문예단.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문화제가 진행되는 2시간여 동안 대학생들은 넘치는 끼를 발산하며 다채로운 문예공연을 선보였다. 놀이패 ‘걸판’과 민중가요 노래패의 축하공연도 이어졌다.

중앙문예단의 율동과 아카펠라로 부르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그리고 아스팔트 농활대가 부른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이뤄진 개사곡 등 대학생들만의 참신한 감각들이 눈길을 끌었고, 참가자들도 율동을 따라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열띤 호응을 보내며 문화제를 즐겼다.

촛불문화제에서 자유발언대에 올라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대학생들이 앞장서겠습니다"고 외치는 짧은 머리의 청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강 의장이다.

이날 문화제에서 미소를 띠며 참가한 대학생들을 일일이 살피는 강민욱 4기 한대련 의장을 만났다. 

강 의장은 이날 오전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자'의 몸이 되었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그에게 '8.15 문화제' 준비과정 및 뒷 이야기, 그리고 한대련에서 계획하고 있는 하반기 사업 등에 대해 물었다. 

□ 문화제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외압의 의혹도 제기되는데?

■ 한대련 문화제를 서울에서 준비하자고 해서 숭실대학교에 제안을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굉장히 예전과는 다른 강압적인 강력한 반발이 나왔다.

이유를 들어보니까 '시끄럽다', '학업에 방해된다', '소음이 많이 발생한다', '외부행사다'라는 논리를 폈는데, 숭실대에서 내부 강당에서 하겠다고 했고, 특히 방학 중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또 8.15행사를 진보진영이 함께 하는 큰 행사도 아니고 학생들이 주관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외부단체라고 볼 수 없고, 실제로 숭실대학교에서는 그야말로 외부단체에서 하는 콘서트 등을 많이 개최했다.

그런데 학교 당국에서 컨테이너를 쌓으려고 하고, 교직원들에게 교대로 비상 근무령을 내리는 이런 모습을 보니까 지금 정부가 하는 것과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다른 서울 소재 모 대학에 (장소 선정문제로) 제안을 했는데 그 학교가 사립대학이다 보니까 정부로부터 장학금이나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는데, 이런 정황과 8.15 행사를 둘러싼 경찰의 불허 방침을 보면 분명히 외압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학생 자치권을 탄압하는 문제다.

굉장히 어려웠다. 학교에서 불허의 입장을 냈는데 강행한 측면이 어느 정도는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막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논리자체가 빈약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불허방침을 내렸지만 또 일정 부분 허용한 측면이 있어서 어렵게나마 이렇게 문화제를 열게 됐다.

□ 한대련 문화제가 4번째를 맞았는데, 오늘 문화제의 의미와 생각하고 있는 문화제의 바람직한 상은?

■ 우선 8.15를 기념해서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8.15의 의미 자체를 잘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8.15의 당시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던 부분, 남과 북이 통일된 정부를 수립하지 못한 부분 때문에 실제로 지금 뉴라이트들, 건국절을 추진하려고 하는 세력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반동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그때부터 좀 배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역사적 의미를 잘 새기는 것과 동시에 2008년, 지금의 8.15의 의의에 대해서 경찰과 정부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탄압을 하고 있고, 사실 10년 전, 20년 전 했던 것을 부활시키는 것들, 백골단이나 최루액, 압수수색 등 전례 없는 것들을 하는 것이나 건국절 제정하려고 하는 것들을 우리 대학생들이 잘 보아야 한다.

오늘 문화제는 이런 것들을 대학생들에게 잘 알리고, 내일 100회 촛불문화제도 대학생답게 잘하자는 결심들을 다짐하는 자리이다.

□ 한대련의 상반기 활동을 평가하는 자리인데, 이후 한대련이 가지고 있는 계획들은?

■ 하반기에 등록금 투쟁을 좀 더 다시 한 번 해보려고 한다. 다시 한 번이라는 의미는 학생운동 진영에서 등록금 투쟁은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힘 있게 한 적이 거의 없다.

상반기 3.28투쟁을 통해 반이명박 투쟁으로 이명박 정권의 문제로 상승된 부분이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변해야 하고, 법 제도적 부분이 변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9월 국회 개원을 맞이하여 우리 의제를 가지고 힘차게 투쟁하자는 것이다.

물론 그 때도 등록금, 민영화, 역사왜곡 등의 다른 문제도 다룰 것이며, 이 과정 속에서 우리 대학생의 등록금 문제를 중점적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다.

□ 앞으로 공안탄압이 점점 심해지면 한대련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오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점점 정부가 하는 모습들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사실 우리가 이기고 있구나 하는 것들을 느끼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런 극렬한 탄압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촛불은 꺼져서는 안 되고 끝까지 투쟁해야 된다고 본다.

당장 8.15를 둘러싸고 한상렬 목사님을 무단으로 불법연행해간 것에 대해 석방하고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도 이제 수배의 몸이 됐지만, 오히려 이렇게 탄압할수록 오늘 온 한대련 대학생들도 이게 말이 되느냐며 분노하고 있고, 또 한상렬 목사님이 잡혀가신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면 이럴수록 더 큰 저항만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원하는 데로 절대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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