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순리에 어긋난 미국산 먹을거리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사료 값을 아끼고 어서 살이 찌도록 각종 잡육과 내장, 피 등을 먹이고 또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GMO 작물 등에 대한 공포는 급기야 국민들에게 촛불을 들고 나서라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산 토마토의 살모넬라 파동으로 맥도날드, 버거킹, 아웃 백, 크로거, 윈 딕시, 타코 벨 등 체인점과 월 마트가 연이어 토마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거나 토마토 판매를 멈춘 일도 있습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13일 현재까지 플로리다, 미주리를 비롯해 23개주에서 228명의 살모넬라균 감염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67세의 노인이 토마토를 먹고 사망해 미국에서의 토마토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숨진 노인의 직접 사망원인은 암이었지만, 토마토의 살모넬라균 중독이 병을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특히 감염환자의 수가 급속히 늘고 있지만 ‘살모넬라 토마토’에 대한 정확한 감염원인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점입니다.
미국은 이번 토마토의 살모넬라 파동 이전에도 지난 2006년에는 대장균(E.coli) 시금치 사태로 3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감염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미국산 식자재들에 대한 연이은 파동으로 인해 우리 소비자들의 불신은 높아져 일부는 ‘오히려 중국산이 더 낫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런 여론을 감안한 음식업 종사자들과 식품회사는 발 빠르게 대응, 미국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외식업 단체인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에 19일자로 음식업 종사자들은 광우병 발생 즉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겠으며 원산지 표기를 성실히 하겠다고 다짐을 하는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또한 식품업체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미국산 원료들의 교체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농심과 매일유업 등이 스프와 이유식 등에 소량 사용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뉴질랜드, 호주산으로 교체를 한다고 밝히고 매일유업, 광동제약, 웅진식품 등이 NON-GMO 원료를 사용하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미국산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는데도 미국쇠고기 수출업자와 우리 쇠고기 수입업자들 사이에 자율규제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들여오겠다거나 원산지 표기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등 정부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형 할인점인 홈에버가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이라고 속여 팔다가 걸려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정부의 원산지 표시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싶지 않으면 먹지 않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한국농어민신문은 지난 9일자로 현장에서는 3곳 중 두 곳의 음식점에서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우협회 유통감시단이 올 1월부터 4월까지 전국에서 활동한 자료에 따르면 4,587곳의 음식점 중 66.4%인 3,048곳이 원산지표시(일부 미표시, 전부 미표시, 허위표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축종표기를 잘못한 곳도 2,542군데로 55.4%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특히 농산물품질관리법이 오는 22일 개정되면서 쇠고기를 판매하는 모든 음식점에서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돼 있지만 현장을 뛰는 단속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쇠고기를 취급하는 업소는 전국에 약 22만 8000여곳으로 정육점 등 유통업체와 급식소까지 포함하면 33만곳에 달하지만 원산지 단속 인원은 총 4,773명에 불과 합니다.
이마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초기에는 3개월 동안 특별단속을 벌이고 이후에는 농관원 직원 112명과 전문단속반 45명, 명예감시원 500명 등의 인원으로 상시 단속을 벌이고 사실상 명예감시원은 실질 단속권한이 없어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나마도 GMO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외면하고 오히려 유전자재조합 식품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다며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바꿔야겠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죠.
지구 한켠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또 다른 한켠에서는 각종 먹을거리들의 공포로 떨어야하고, 정말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습니다.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모두 다 화목하게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요?
저 어렸을 적에 시골에 가면 할머니가 방금 낳은 달걀로 계란찜을 해주시고, 담장 너머 주렁주렁 달린 호박이며 가지 등을 무치고 호박잎을 따다가 된장찌개와 함께 한상 푸짐히 차려주시곤 했습니다. 그땐 소시지 반찬이 없다고 투정도 부리곤 했지만 지금은 그때 그 음식들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김양희 객원기자
tongil@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