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불 붙은 민심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태세다.
3일 오후 5시 20분, 서울 종각 앞에는 500여 명이 넘는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2일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의 흥분과 분노가 가시지 않은 듯 했다. '미친 소, 미친 정부'로 인해 '미칠 것 같은' 시민들은 연일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범국민 문화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어제 놀랐죠"라며 시민들의 반응을 주시했다. 이어 오 대표는 "국민 전부가 미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왜 미치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면서 "국정을 맡은 사람들이 미국보다 앞장서서 광우병 쇠고기 안전하다고 하니 미치는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 대표는 "일본에서는 20개월 미만 쇠고기에서 뼈 조각이 검출되서 검역 중단이 아닌 수입 중단을 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무책임한 쇠고기 협상에 분개했다.

"미친 소, 미친 정부 국민들은 미치겠다"는 구호로 시작한 '광우병 잡는 날' 범국민 문화제는 '광우병 쇠고기 골든벨'을 비롯, '광우병 쇠고기 되고송 패러디', '시민들의 발언', 율동 등 다양한 볼거리로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시민들의 자유발언에서는 어린 아이에서부터 어르신까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0교시 부활 폐지' 등 지난 2개월 남짓 동안 국정을 운영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터져 나왔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牛(쇠고기)...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프랜들리" 비판
경기도 과천에 사는 조현희 씨는 딸과 함께 무대위로 올라왔다. 조 씨는 "이 아이를 남자 아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정부는 지금 여자 아이를 남자 아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광우병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꼬집었다.
이어 조 씨는 "이 애만큼 (광우병으로) 죽일 수 없다"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원천봉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발이 성성한 김성호 씨는 격한 감정을 누르고 발언을 시작했다. 김 씨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광우병 쇠고기 문제없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면서 "광우병은 지랄병"이라고 규탄했다.

노원구에 사는 중학교 사회과목 교사 황호영 씨는 "미친 소, 미친 정부에 하나를 더 추가하겠다"며 "그것은 미친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황씨는 "학생들이 외치는 구호가 있다"면서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똥 좀 싸자"라고 말하자, 시민들은 교육의 현실이 안타까웠는지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고려대 독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현주씨는 "이명박 정부가 대학 자율화를 지원해주면서 사립대학들이 등록금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며 대학 등록금 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이 씨는 "경제 살린다고 하더니 물가가 폭등하고 청년실업자가 100만명이 넘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또 앳띤 남자 중학생은 "조.중.동이 뭐라해도, 한나라당이 뭐라해도, 2MB(이명박)가 뭐라해도 끝까지 싸우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憂(근심)... "국민들은 미치겠다". "정운천 장관 사퇴", "이명박 대통령 탄핵하라" 대정부투쟁 격화 예고
'살려고 나왔다 살려면 나서자', '돈주고 광우병 수입하는 대한민국', 'NO 광우병 NO FTA', '이명박 OUT', '이명박을 탄핵하자' 등 피켓에 적힌 말들은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적인 정책에 동의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시민들의 소리없는 목소리 그 자체였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통째로 미국에 넘겼다"며 "이명박 정부를 통째로 미국에 수출하자"고 말했다. 심 대표는 "광우병 위험물질보다 더 위험한 정운천 장관을 즉각 파면하라"고 외쳤고, 시민들도 손을 들며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범국민 문화제가 끝난 후 청계광장에서 이어지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날 범국민 문화제는 광우병쇠고기감시단 주최로 진행됐고,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참가했다.
한편, 오후 3시 청계광장에서는 정책반대시위연대가 광우병 쇠고기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시민들에게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며, 광우병 쇠고기 반대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