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냉기(冷氣)가 흐르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통일, 외교, 안보 전반에 걸친 북측의 공세적 조치와 경고 발언들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는 '실용'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북에 대해 '악의적 무시'로 일관하면서 '한미동맹 복원'에 열을 올려왔던 이 정부가 자초한 것이기도 합니다.

북측은 그간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미국과만 통하면서 같은 민족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며, 그 첫 조치로서 '6.15 선언 및 10.4 선언 준수 의지'를 밝히라는 것입니다. 대북 전문가들도 지적하듯, 두 정상선언을 존중하겠다는 입장 천명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기존 10년간 이어진 남북 화해의 지속입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지속돼야 이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살리기'도 가능한 것이니 '투입 대비 효과'를 따지면 전혀 손해날 것 없는 장사임에도 '실용'정부는 어쩐 일인지 북한의 메시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왔습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 앞서 '다음달 18~19일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는 어떤 대북 제안이나 접촉도 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고 합니다.

또 이같은 위기를 자초했으니, 이 정부가 충분한 대비책이라도 갖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말 뿐입니다. 북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해군 대변인의 NLL 침범 경고 발언, 김태영 합참의장 발언 취소 및 남북대화 중단 경고 발언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30일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하겠다"는 공언(空言)을 반복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장기적 대응과 당장의 위기관리 조치는 범주가 다른 것입니다. 결국 '장기적 대응' 운운하는 것은 당장의 위기상황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러니 통일.외교.안보의 ABC조차 모르는 인사들이 이 정부의 정책라인을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위기 상황에서 속수무책일 때, 정부가 늘 하던 말이 '의연'이니 '당당'이니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실용'정부에 원하는 것은 폼 잡는 말이 아니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위기관리 방안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남북 대화채널 '복원'에 나서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이 땅 위에 드리운 냉기를 걷어내는 첩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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