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북측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며 남북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27일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당국인원 11명 추방과 서해상 미사일 발사 훈련, 김태영 합참의장 국회청문회 발언에 대한 반발, 한미 외무장관 회담 결과에 대한 반격 등 북측의 공세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통일, 외교, 국방 전방면에 걸친 전격적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같은 북측의 강력한 공세적 반격은 그간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시해오던 북측이 일정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실상 이명박 정부가 이를 자초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간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통미봉북(通美封北)으로 일관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을 신주단지 모시듯하며 한미동맹 우위론, 강화론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했는가 하면,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6.15와 10.4선언으로 대표되는 화해협력정책을 철저히 도외시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통미봉북(通美封北) 정책’이라 이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북핵 신고와 관련해 시간과 인내심이 끝나가고 있다”고 미국보다 더 강하게 북한을 압박한 사실이다. 북측과는 어떠한 대화나 협의도 없이 미국과의 대화 끝에 나온 일방적 발언이다. 북측이 문제삼은 19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는 발언 역시 마찬가지이다.

김대중 정부 이전인 김영삼 정부 시절, 북측이 남측 당국을 상대하지 않고 미국하고만 대화하려 했던 정책을 일컬어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이라고 부른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이때도 따지고 보면 김영삼 정부의 통미봉북 정책에 실망한 북측이 남측과 대화해 봐야 소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려 했던 것 뿐이다.

지금 북측이 통일, 외교, 국방 전 방면에 걸쳐 남측에 강력한 반격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통미봉북 정책을 중단하고 6.15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10.4선언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우리 민족끼리의 공조를 계속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족공조에 나서라는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북측의 이같은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까지와 같은 통미봉북 정책을 계속 추구한다면 북측은 남측과의 민족공조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므로 미국과 중국에 눈길을 돌릴 것이다. 결국 남측의 통미봉북 정책의 '후과'는 북측의 통미봉남 정책과 중국에로의 쏠림 현상 가속화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후과(後果)'라는 단어는 흔히 북측에서 많이 쓰이는 말로 알고 있지만 남측 사전에도 '뒤에 나타나는 좋지 못한 결과'라고 나와있다.

미국도 북에 쌀 50만톤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마당에 남측은 매년 해오던 봄철 비료지원 문제도 팔짱만 끼고 지켜보고 있다. 비료는 시비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현저히 감소하지만 아쉬운 북측이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느긋한 태도다. 결국 북은 미국이나 중국과 협상에 나서는 길을 택할 것이다.

김영삼 정부는 핵을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며 북측과 대화를 거부하며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만 치중했다가 결국 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체결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고, 경수로 건설 비용만 떠안았다. 이같은 과오를 6.15시대, 9.19시대에 되풀이한다는 것은 역사를 한참이나 뒷걸음질치게 하는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통일부를 축소하고 남북관계를 북핵문제의 진전에 종속시키려는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부터 제대로 바로잡아주는 참모들이 필요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한미관계와 6자회담에서도 주인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진 통일부 장관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24일 북측이 경협협의사무소 남측 당국인원의 철수를 요청했을 때 남측은 "처음엔 쉽게 생각했다", "우습게 생각했다"고 한다. 29일 북측은 마침내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 명의로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에 대해 취소와 사과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모든 북남대화와 접촉을 중단하려는 남측 당국의 입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쐐기를 박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물론 한반도의 운명이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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