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 서초구 외교안보연구원 대회의실에서 통일연구원 등이 ‘이명박 정부의 통일.안보.외교 정책 추진방향’ 학술회의를 주최했다.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생존전략과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 개념(key concept)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민 연구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구상을 통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12일 서울 서초구 외교안보연구원 대회의실에서 통일연구원, 외교안보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과 한국국제정치학회,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특별기획 ‘이명박 정부의 통일.안보.외교 정책 추진방향’ 학술회의에서다.

 

▲ 조민 통일연구원의 연구원.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그러나 ‘비핵.개방.3000’ 구상이 대선공약으로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학계는 물론 관련 대북전문가들에게서 줄기차게 제기해 왔던 ‘어떻게 비핵.개방을 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대북 인권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한 김수암 연구원 역시 남북 간 인도적 문제와 북한 ‘인권문제’를 중요시 하고 있는 새 정부의 의지를 구체화시킬 방안들을 세밀하게 짜 왔지만, 이 정책방향으로 지대한 영향을 받을 남북관계와 6자회담에 대해선 이렇다 할 분석과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로 인해 ‘북과 악수를 할지 말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야 할 ‘초짜정부’의 대북정책을 세밀하게 가다듬는 역할을 해야 할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들의 ‘새 정부 대북정책 추진방향’(제1회의) 발표는 ‘정책보좌’라기 보단 ‘정책부채질’에 가까웠다.

조 연구원은 “‘비핵.개방.3000’ 구상은 새 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이며,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개방에 대한 의지와 실천적 구상의 압축이라 할 수 있다. 비핵 및 개방이 기본 전략목표라면, 3000달러는 장기적 정책목표이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로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개방으로 인한 시스템 변화가 이루어지면 3000달러 목표 달성은 무난하다. 더욱이 그 사이 리더쉽 교체까지 이뤄지면 목표 달성의 시기는 부쩍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는 한편, 남한의 경협의지와 지원의 폭을 예상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이 개방에 대한 단계적 스케줄을 확정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하고 “물론 이 구상은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바라는 수준의 본격적인 남북경협은 힘들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북한의 ‘실리적인’ 판단과 결단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장.단기 국면에 따른 비핵화와 북한 개발협력 사업 추진 로드맵도 짜왔다. 불능화에 따라서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착수,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지하자원 개발협력, 경제특구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모두 지난 정부에서 정상회담과 총리회담 등을 통해 남북이 모색해 놓았던 것들이다. 그러나 조 연구원은 이같은 개발협력 사업들을 비핵화 이후의 것으로 설정해 놨을 뿐, 비핵화와 개방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새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제언은 빠뜨렸다.

 

▲ 학술회의 전경.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김수암 연구원은 이금순 연구원과 함께 집필한 ‘새 정부의 대북한 인권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먼저 참여정부가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중점을 둠으로써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북한주민의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또한 남북관계 개선 중심으로 대북인권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통일미래상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국정핵심과제로 남북 간 인도적 문제의 해결을 설정하고, 여기에 북한인권문제를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정부가 인권외교 및 대북인권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가전략으로서 전반적 인권외교정책을 보다 명확하게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인권 개선방안은 다양하게 추진되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이러한 과정에서 남북관계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러한 단계는 우리가 남북관계의 공고한 발전을 위해 거쳐나가야 할 과정”으로 치부했다.

남북관계와 6자회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이에 대한 분석과 세밀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지난 정부에서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오락가락한 입장을 펴게 된 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보편적 인류의 인권’ 문제로 접근하기엔 그 위험성과 영향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북한과 악수 한 번 나누지 못한 ‘아마추어 정부’에게 국책 연구기관에서의 이같은 ‘정책부채질’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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