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돼 탄광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 다시 일본 규슈(九州) 지역의 도로(塔路), 다이헤이(大平) 등의 탄광으로 `이중징용`된 한인의 유가족들이 이달 말 독자적인 단체를 발족시킨다.

현재 사할린주 정부 집행위원회에 사단법인 등록을 신청해 놓은 `러시아 사할린주 한인 이중징용 광부 유가족회`(회장 안명복)는 당시 `이중징용`된 3천여 명 중 사할린에 가족을 두고 갔던 300여 명의 후손들이 만든 단체로서 위령비 건립, 보상청구, 유가족 영주귀국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

안 회장은 단체 창립과 관련, `지금까지 일본은 이중징용된 사실은 물론 보상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유가족들 중에는 아직도 부친의 사망 여부조차 모르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50여 명의 유가족 1세대들은 이제 연로해 5년 내에 죽거나 혹은 병들게 돼 이 문제가 묻힐 수도 있다`며 `오는 2003년까지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일본과 한국 정부는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가족회는 ▲부친들이 일본의 어느 곳에서 일했고, 어떻게 죽었는지 밝히고 ▲일본으로 끌려가기 전 일했던 사할린 현지 탄광 앞에 위령비를 건립하며 ▲부친들이 끌려간 일본의 탄광지역을 방문해 영령을 위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등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먼저 제기했다.

이어 유가족회는 영주귀국 및 보상문제와 관련 6개항으로 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요구사항은 ▲1945년 8월15일까지 출생한 유가족들을 피해자로 취급, 유가족에게 보상하라 ▲영주귀국 희망자들에게는 원하는 곳에 개인 소유 주택을 지어달라 ▲영주귀국 유가족에게는 생활비로 1인당 1개월에 20만 엔을 지불하라 ▲영주귀국 후 사망자에게는 유언대로 매장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행방불명자들을 찾는데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들은 최선을 다하라 ▲사할린 잔류 희망자들에게는 유가족당 10만 달러를 일시에 보상하라는 내용 등이다.

안 회장은 `지난 3월 1일 이같은 요구를 일본 정부에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하며 `단체가 발족하면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에 이중징용 사실을 알리고 보상 등 모든 문제를 적극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중징용자 보상문제와 관련, 지금까지 일본의 다카키 겐이지 인권변호사가 유가족들을 대신해 소송을 준비했지만 소송준비금과 미국 현지 변호사 수임료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한인 인권 변호사인 마이클 채가 이 소송을 맡겠다는 의사를 밝혀 와 앞으로 소송이 활기차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할린=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200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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