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안산 `고향마을`에 영주귀국해 살던 사할린 동포 85명이 대한적십자사(총재 서영훈)가 추진하는 `사할린 가족.친지 방문 사업`에 따라 7일 사할린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3시간여 만에 사할린 공항에 도착, 공항에 나온 가족들과 감격의 상봉을 했다.
상기된 얼굴로 걸어나오는 부모를 발견하자 아들, 딸들은 달려가 서로 포옹을 하고, 얼굴을 비벼대며 `아버지, 어머니`를 외쳐댔고, 방문 동포들은 `그래, 내 새끼 잘 있었나?`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좁은 공항은 마중나온 가족과 친지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고, 보도진들이 쉴새 없이 터트리는 카메라 불빛 등으로 인해 대합실은 마치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을 방불케 했다.
이재인(80) 노인회 회장은 아들 이창묵(41)씨와 여동생 이옥선(61)씨를 만나자 `나만 잘 먹고 잘살겠다고 도망치듯 한국으로 가 늘 미안했다`며 `밤마다 지금까지 발 한번 제대로 뻗지 못하고 지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영주귀국해 사는 동안 아파도 물 한 모금 떠다 줄 자식이 없어 그렇게 서글펐는데, 이제 그 자식들을 만나는데 왜 이리 마음이 무겁냐`며 비행기 안에서 눈물을 보이던 임승업(78) 씨는 아들(동환, 동하)과 딸(동순, 용순)을 보자 부둥켜 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겨우 `잘 살았지?`하는 짤막한 인사말을 건넸다.
4년만에 사할린을 찾은 김진영(73) 할아버지는 아들(영식), 딸, 손자와 만나 덤덤하게 상봉을 하다 아내 김전옥(71)씨가 흐느껴 울자 참았던 눈물을 훔쳐내기도 했다.
`강제징용으로 아버지가 가족과 헤어져 사할린에 왔는데, 어째서 자식인 우리들에게까지도 그런 아픔을 주는가?`라고 따져 묻던 진하.진호.진복 3형제와 두 딸(진숙.경순)도 공항에 걸어나오는 아버지(75.오상식), 어머니(신현남)를 보자 그대로 달려와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한편 피가 마르는 희귀 병을 앓고 있어 2주일마다 수혈을 받아야 하는 유연수(74) 할아버지는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하기 전 `이번이 마지막이야, 어쩌면 사할린에서 죽을 지도 몰라`라는 말로 부인(김명순)을 울리기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유 씨는 체류 기간에 사할린 소재 병원에서도 수혈을 받기로 돼 있다.
가족들을 상봉한 동포들은 이날 저녁 한인단체가 주관하는 만찬회에 참석한 후 앞으로 한달 간 가족과 함께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연합뉴스 왕길환기자 2001/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