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활웅 (본사 상임고문, 재미통일연구가)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17대 대선의 당선자로 확정된 직후 필자는 이 칼럼에서 그가 소위 꼴통보수는 아니니 그래도 최악의 선택은 아닐 수 있겠다고 자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후 한 달 동안 그의 언동과 그가 임명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행적을 지켜보고 난 지금은 참으로 큰 낭패가 났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이 당선자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속임수를 다반사로 농하고 있다. 선거기간 중 그는 그의 부도덕성 문제로 불거진 BBK 관련 여부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후보나 당선자격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버젓이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자랑하는 동영상이 나타나 전 국민에게 공개됐는데도 사퇴는커녕 이에 대한 해명 한마디도 없다.

그는 또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짜면서 여러 부처 특히 통일부의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로 물의가 일어나자, 사람과 조직을 줄이기보다 그 기능을 조정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숫자상으로 많이 줄이는 게 좋다는 선입견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수위는 그 직후 통일부는 존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모두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막상 인수위의 최종안을 보고받은 이당선자는 직접 통일부 폐쇄로 수정 결정했다한다. 이는 분명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며 속임수이다.

그는 줄곧 북한의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남북관계 발전의 선결문제 혹은 조건으로 들고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모두 결국 미국의 대북압살정책의 산물인 줄을 모른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이며, 알고도 그런 소리 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미관계가 돈독해져야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이에 따라 북미관계도 발전될 수 있다는 그의 말도 무식한 말이 아니라면 거짓말이나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와 그의 인수위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으니 햇볕정책은 결국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햇볕정책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으로 남북 간 대결관계를 화해협력관계로 바꿔놓았다. 이에 따라 남북 간 긴장이 현저히 완화됐을 뿐 아니라 미국도 그 영향을 받아 대북포용정책으로 선회하여 북미관계는 정상화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그것은 분명 햇볕정책의 성과였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그 판을 깸으로써 남한의 햇볕이 쪼여도 미국의 강풍이 다시 몰아쳐 오게 되었다. 그러니 북한은 더 두터운 외투(즉 핵무기)를 껴입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즉 북이 핵무기를 가지게 한 책임은 1차적으로는 미국에게 있지만 2차적으로는 햇볕정책에 한사코 제동을 건 한나라당에도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당선자는 또한 그 동안 통일부가 독점적으로 다루던 남북교류를 앞으로 통일부가 없어지면 여러 관련 부처들이 독자적으로 다루게 되어 남북관계는 오히려 더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교도 외교부를 없애고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하면 더 잘된단 말인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

이 당선자와 그의 인수위는 또한 ‘선진화’와 ‘일류국가’를 나라의 목표로 내 걸고 있다. 그리고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남북문제는 한미안보동맹과 한미일 공조체제의 하위문제로 격하시키고 있다. 그리고 2012년까지 되찾아오기로 이미 한미 간에 합의된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늦추도록 미국과 재협상해야 한다고 한다. 도대체 외세가 뒤집어씌운 분단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할 뿐 아니라 제나라 군대의 작전통제권도 행사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나라가 어떻게 국격을 높이고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헌법전문은 평화통일을 대한국민의 사명이라고 했으며 그 제4조는 평화통일정책의 수립추진을 대한민국의 의무로 규정했다. 또 제 66조는 대통령은 평화통일의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평화통일(헌법준수, 국가보위,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 민족문화 창달 등과 더불어)을 위해 그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하게 돼 있는 것이 헌법 제 69조의 규정이다. 또 제 72조는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의 하나로 외교, 국방과 따로 떼어 통일을 열거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근 40년 동안 이렇듯 헌법이 나라의 막중대사로 규정한고 있는 통일문제를 다루어 왔으며 특히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 발전에 많은 업적과 경험을 쌓아왔다. 그런데 이 당선자는 통일부를 아예 없애고 통일문제는 외교부에서 외교문제의 부속문제로 취급하도록 하겠다니 이는 분명 헌법을 깔보는 처사이다. 그런 인물이 대통령 취임식에서 통일을 위해 성실히 일하겠다고 선서한다면 이 또한 거짓말이며 속임수이지 무엇이겠는가?

헌법에는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절차를 거쳤다하더라도 헌법을 깔보는 당선자는 대통령으로 취임할 수 없도록 하는 자위규정이 왜 없는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