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11.15 ‘소통과 혁신 연구소(준)’ 주최로 열린 “한국사회 계급분석과 진보운동 전망”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글을 요약한 글이다.

87년 6월항쟁 이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년의 세월만큼 한국사회는 많이 변했다. 따라서 비슷한 시기에 마련된 전통 이론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래에서는 최대한 간략히 실천적인 논점을 중심으로 서술해 보겠다.

1. 변혁과 통일

한국사회 계급분석을 논하기 이전에 선행해야할 작업은 사회를 분석하는 기본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사회를 분석하는 기본 단위는 남한인가 아니면 한반도 전체인가? 그것도 아니면 동아시아이거나 세계자본주의 전체인가?

한국사회는 53년 정전체제를 골간으로 하는 분단.통일의 문제와 한국사회의 제 현실이 상호 깊이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조국통일문제는 단순히 국제적인 환경, 외적 조건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분석하는데 있어 선행하여 분석해야 할 기본 요소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국통일문제를 사회분석의 외적 조건, 주변적 요인으로 판단.서술하는 일체의 경향은 뿌리부터 잘못된 것이다.

반면 통일이 된다고 남측의 사회변혁적 과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판단은 지나친 것이다. 이미 분단이 장기화되었고 남북의 경제력 차이가 커진 조건에서 이런 류의 판단은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남의 경제 자체가 분단에서 파생된 문제보다는 이와는 상대적으로 독립된 세계자본주의 체제, 미국의 경제적 침탈에서 오는 문제에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조국통일운동과 함께 남측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여기에 많은 관심과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

2. 외자

1) IMF 전후 한국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외자가 차관의 형태가 아니라 지분투자의 형태로 들어온 점이다. 차관이라면 빌린 돈을 갚으면 그만이지만 지분투자의 경우에는 경영에 대한 간섭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는 심각한 변화를 맞게 된다. 이를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기업과 은행을 장악한 외자는 이른바 주주자본주의를 강요했다. 이로 인해 고부채.고투자로 상징되던 대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단기 성장주의를 채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01~06년 기간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598개 기업이 자사주 취득과 현금배당으로 사용한 금액은 총 69조 6425억원 반면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기업으로 들어간 자금은 30조 7069억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외자가 대기업의 대주주로 등장하면서 대기업의 경영형태를 주주의 이익에 유리한 구조로 재편성했고 이 통로를 타고 대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이 주식시장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이렇게 해서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98~2005년 무역수지 흑자 총액이 2078억불인데 반해 같은 기간 외국인이 주가차익으로 벌어들인 수익만 181조(달러당 1000원으로 대충 계산하면 1810억불로 무역수지 흑자액의 90% 정도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이다.

셋째, 은행의 경우도 대부분 대주주가 외자로 바뀌면서 은행의 경영형태가 바뀌었다. 가장 커다란 특징은 기업대출에 비해 가계대출이 늘어난 점이다. 기업대출에서, 대기업은 여유자금이 풍부했기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빌릴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기업대출의 감소는 중소기업 대출의 축소를 의미한다. 또한 가계대출에서도 신용도가 있는 중산층에 집중되었을 뿐 신용도가 없는 서민들의 경우에는 사채 등에 의존해야 했다.

IMF 이후 은행의 핵심적인 특징은 공공성의 상실이다. 공공성이 유실된 핵심적인 이유는 은행을 장악한 외자의 수익 위주의 경영 때문이다.

넷째, 극단적인 수출지상주의가 성립되고 수출과 국민경제와의 연관고리가 끊긴 점이다.
우리나라의 무역구조는 수출이 늘고 수입이 더 많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인 상태에서 무역이 확대되는 양상이었다. IMF 이후에는 이러한 양상이 극단적인 양상으로 발전하는데 한편으로는 미국의 저금리 체제, 전세계적인 자산 거품, 미국-중국 사이의 동아시아 불균형 구조 때문이고(이에 대해서는 본 연재에서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으므로 생략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2002년 서민 내수의 붕괴를 기점으로 내수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대기업은 수출과 매출, 영업이익 등이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고용을 줄이고 불공정한 하도급 구조로 노동자와 중소기업에 손해를 전가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지속했다.
자료에 따르면 “96년 10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가 217만(10.4%)인 반면 2004년에는 120만명(5.4%)에 불과”하여 IMF를 거치며 오히려 대기업 노동자들의 숫자가 100만개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14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 노동자의 감소는 대단히 심각한 현상으로 “이는 대략 선진국 대기업 고용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상『누가 새로운 사회를 열 것인가, 21세기 한국, 대안 실현 주체의 형성』, 미발간자료, 2007, 새사연)

다섯째, 서비스 수지 적자의 확대이다.
한국의 서비스 수지는 01,02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04~06년 연평균 서비스 적자는 여행수지 -96억불, 특허권 -25.7억불, 사업서비스 -60.0억불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중)

여행수지는 고소득 자산계층에 의한 해외여행과 유학.연수 비용이고 특허권과 사업서비스는 수출 대기업이 수출에 필요한 중간재이다. 전자의 경우 또한 넓게 보면 세계화,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 속에서 수혜를 입은 고소득자산계층이 그들의 이익을 해외에서 소비하거나 이를 재생산하기 위해 해외유학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업서비스.특허권의 문제는 부품소재 산업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수입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상황을 요약하면 IMF 이후 한국경제는 외자주도의 세계화에 편입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괴리가 극단화된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2) IMF 경제위기는 외환이 부족하여 발생한 문제로 정상적이라면 외자의 차입과 적당한 수준의 긴축.구조조정으로 해결될 사안이었다. 외환위기를 IMF로 몰아가고 주식시장 개방, 공기업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 일련의 신자유주의 조건을 수용하도록 강제한 것은 미국의 힘이었다. 결국 IMF 경제위기는 내부에서 발원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강제된 것이다.

IMF 경제위기의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은 제도권 문헌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IMF 경제위기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폭로가 필요하다.

외자는 미국계를 중심으로 하고 여기에 여타 나라의 자본이 결합된 양상이다. 미국계 자본이 외자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미국이 금융중심의 신자유주의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외자라는 일반적인 표현과 함께 미국의 주도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운동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첫째, 미국 주도의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제 경제현상과 역사적 맥락을 일관되게 설명하고 둘째, 반미투쟁에서 정치군사적인 측면과 함께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문제는 해결대안에 대한 열쇠까지를 시사하고 당파적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IMF 이후 한국경제를 설명하는데 있어 미국 주도의 금융자본의 우위성과 그것의 해악에 대한 자료는 제도권 문헌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활용하여 한국경제를 일관되게 서술하고 설명하려는 태도와 관점이 약한 것인데 이는 일종의 지적 태만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특히 론스타와 칼라일, 뉴브리지 캐피털 등이 벌인 행태는 파렴치한 작태로 보나 이익 유출의 규모로 보나 대중적 공감대가 높은 사안이다. 이를 자민통 진영이 적극 활용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 운동은 지나치게 정치군사적인 자주통일과 민중생존권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문제는 서민대중의 입장에서 자신의 경제적 고통이 주한미군 존재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이 확대된 이유, 금융공공성이 파괴된 이유, 수출이 늘어나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를 IMF 이후 외자의 영향력 확대로 설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류의 설명이 꾸준히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사회구조의 변화보다는 경제성장에서 찾게 되고 대안을 경제성장에서 찾는 한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것 같은 이명박 후보에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이다.

3. 재벌.공기업과 은행

1) 재벌과 공기업
재벌의 경우 IMF 직후 기업구조조정으로 계열사가 반半 정도로 축소되어 독과점이 강화되었다. 한편 세계화는 기술경쟁력이 있는 기업에게는 미증유의 기회를 제공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기존의 30대 대기업집단은 IMF 구조조정의 결과 재편성된 기업집단 그리고 일정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무대에 진출한 3~4개 재벌과 그렇지 못한 집단으로 재편되었다.

한편 한국의 재벌은 IMF 이후 조성된 친기업적 분위기와 역관계를 활용하여 비정상적이고 전근대적인 이윤을 수취하였다. IMF 이후 달러 당 800원 수준이던 환율은 대체로 2004년경까지 달러 당 1200원선에서 장기간 유지되었다. IMF 이후 대량의 달러 유입이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이라면 원화는 절상되어야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수출에 유리한 형태로 환율이 유지된 것은 미국-동아시아 사이의 불균형 구조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때문이다.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2004년을 전후하여 정부는 엄청난 적자를 감수했는데 이는 결국 수출 대기업에 유리한 형태로 부가 재분배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외주, 분사, 비정규직 등 사업과 고용의 유연화, 중소기업과의 전근대적인 하도급 구조를 통해 이익을 챙겼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성장이 이들이 갖고 있는 기술 경쟁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상에서는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독과점의 심화, 환율 지지에 따른 인위적인 부의 재분배, 전근대적인 하도급 구조, 고용의 방출 등과 같은 천민적, 전근대적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일부 재벌의 경우 사회 전반의 보수화와 친기업 정서를 타고 사회적 영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경제적 영역을 벗어나 정계, 법조계, 언론계 등 사회 각 영역으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데 최근 김용철씨의 폭로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경향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비화된 상태이다.

법조계 인사 등 고위 임원들의 퇴임 후 삼성 취업, 론스타 사태에서 드러나는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니 김&장 법률사무소, 삼성특검법에 대한 석연치 않은 청와대의 태도 등이 IMF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유착구조와 관련이 있다.

2) 은행(중략)

3) 운동적인 함의
첫째, 재벌의 비도덕적, 전근대적인 행위에 대한 규탄이 적극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01~02년 이후 친기업 정서, 경제지상주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다수의 진보적, 개혁적 대중들이 이에 이데올로기적으로 굴복하고 말았다. 일부 386세대들의 행태나 서울의 명문대학교에서 친기업 이데올로기가 확산되고 있는 점이 이를 상징한다. 역으로 말하면 운동진영이 이러한 경향을 방치한 것이 이명박 후보 강세를 허용한 중요한 패착이었다.

둘째. 모피아, 회전문 현상, 퇴임 후 삼성에 취업하는 법조인 등 사회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총체적인 공격이 필요하다.

IMF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보수연합 구조는 과거의 <군부-매판자본-관료-지주> 등과 같은 전근대적인 정치연합과 달리 <재벌-고위 관료-법조인.교수.언론인 등 고급 지식인-고소득자산계층>과 같은 새로운 엘리트 연합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전근대적인 체질을 유지한 채 세계화.미국화 등 미래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부 386세대 정치 엘리트 집단이 여기에 투항하고 개혁 성향의 국민 대중도 여기에 휩쓸리고 있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의 공동체 자유주의론, 조선일보의 탈민족론, 서울의 명문대학 학생들, 김현종.반기문 현상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운동진영이 <수구냉전-화해협력>이라는 구도와 함께 <자유주의-민주주의>, <무차별한 세계화 - 준비된 세계화, 국민경제의 옹호> 등과 같은 구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전자에 공격을 집중하는 것은 방향 착오일 가능성이 크다.

전체적으로 보면 <통일-반통일> 전선에서는 전자의 우위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이들 세력이 전파하고 있는 성장개발, 자유주의, 개방화, 세계화에 맞서는 진보적 경제담론이 없는 것이 한국 민중운동의 결정적인 약점이다.

세째. 은행이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상실하고 노골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에 대한 적극적인 폭로와 대책이 중요하다.

은행의 수수료 인상, 사채 피해, 중소기업 금융의 붕괴 등은 대중의 체감도가 높은 사안이고 향후 시간이 갈수록 경제의 금융화가 강화됨에 따라 이런 방향의 대응이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4. 노동자

1) IMF 이후 노동자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노동자는 1987년 900만(경제활동인구의 54%)에서 2005년 기준 1500만을 넘어 섰다. 이는 경제활동 인구의 65%에 달하는 숫자이다. 한국의 노동대중은 경제활동 인구의 2/3에 달한다.

또한 도시 자영업자(600만명) 중 400~500만의 상당수는 소자산계급이라기보다는 은폐된 반실업.실업자이고 대학생(300만) 중 다수가 예비 노동자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에서 노동자 친화성이 높아져 있다.

노동자 구성에 있어서도 제조업 노동자에 비해 서비스 산업의 노동자 비중이 높아져 있다.
한국사회에서 자본주의화, 노동자화, 도시화의 진전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반봉건, 반자본주의 이론은 민족문제를 전면에 두고 전개된 이론 체계로 자본주의적 발전을 지체 또는 왜곡된 것으로 보고 이를 민족문제 해결의 종속적 변수로 보는 경향이 있다. 즉 반봉건이란 민족모순 때문에 자본주의가 지체되어 노동자 계급의 발전이 늦어지는 것으로 보고, 반자본은 민족모순 때문에 자본주의가 왜곡되어 지주-소작관계, 농민의 숫자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87년 무렵 농민의 숫자가 800~1000만일 경우에는 가능한 논리지만 노동자 구성이 65%를 넘고 농민이 330만 이하로 떨어진 조건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개념 규정할 것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한국사회에서 자본주의, 노동자, 도시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는 점은 명백하다.

2) 노동자들의 경우 IMF 이후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치사회적 역관계가 변화됨에 따라 자본에 비한 분배율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80년대 노동 대 자본 분배율이 81.9 : 18.1이었다. 2000~2004년은 74.7 : 25.3에 불과하다.

이는 87년 이후 노동자들이 활발한 임금인상 투쟁을 통해 공세적인 차원에서 임금인상을 쟁취했다면 IMF 이후에는 비정규직의 급격한 증가속에 고용을 방어하는데 급급했음을 보여준다.

특기할만한 현실은 노동자와 농민, 자영업자 사이의 소득 격차인데 IMF 이전은 임금근로자에 비해 자영업자와 농민의 소득이 높았다면 IMF 이후에는 임금근로자에 비해 자영업자와 농민의 소득이 감소한다. 96년 ‘임금근로자 : 자영업자’의 소득이 237 : 301이었다면 2004년에는 267 : 248로 역전된다.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소득 격차가 크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중하층은 비정규직의 처지와 유사하다.

농민의 경우에도 “1988년 근로자 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은 104.7로 농가소득이 근로자가구에 비해 높았으나 그 이후 계속 추락하여 2002년 73으로 저점을 기록하고 2005년 78로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위 사실을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IMF 이후 변화된 역관계를 활용하여 자본이 이익을 독점한 반면 임금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이익을 수취하고 그에 비해 자영업자와 농민의 상대적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외자와 수출대기업 중심으로 경제 질서가 재편되면서 여기에 포섭된 30~40대 대기업 정규직 남성 노동자와 고소득 자영업자 정도가 일정한 수혜를 입었을 뿐 비정규직 다수, 영세 자영업자와 농민들 대다수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3) IMF 이후 대기업 노동자의 경우 노동조합을 통한 근로조건과 고용불안을 일정하게 방어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후퇴를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조직 노동자의 비율은 89년 19.8%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현재는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OECD 평균인 34%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IMF 이후 대기업 노동자들은 100만명 정도 축소되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의식상태의 경우, 조돈문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직노동 부문, 특히 민주노총 부문의 경우 미조직부문에 비해 높은 계급의식을 보이고 있다”.

아쉬운 점은 강한 실리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점인데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에 대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노조 설립 이듬해인 1988년, 노조의 향후 과제를 문제는 설문조사에서 ‘고용안정’이라고 답한 조합원은 1.6%에 지나지 않은” 반면 “2005년에는 25.3%에 이르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불안한 시기에는 가능한 한 많이 벌어놓는 게 상책이다’라는 항목에 대해 매우 그렇다(18.3%), 조금 그렇다(36.2%)라는 의견이 전혀 그렇지 않다(3.9%), 별로 그렇지 않다(13.5)보다 상당히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사회 전반에 친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대중을 제외한 여타 서민대중의 생활고가 빠르게 악화되는 조건에서 대기업 노동자들이 보이고 있는 실리적 경향의 노동운동은 국민대중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위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노동조합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높은 기대를 볼 수 있는데 이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이 대중적 공감대가 높은 사회적 활동을 중심으로 조합에 포괄된 전체 대중이 참여하는 방식의 운동을 전개할 경우 사회적 영향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음을 뜻한다.

4) 대기업 정규직이 축소되는 가운데 여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빠르게 늘고 있다.
특징은 첫째, 대기업의 고용방출을 새로 창업한 영세기업 또는 유통기업이 대체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저학력, 여성들의 신규 일자리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고 둘째, 신규 채용의 경우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보수적인 경영기조에 따라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운동은 2000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격렬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데 특기할만 점은 저학력의 생계를 책임진 노동자들이 전체 비정규직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청년층의 경우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이를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 자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사회 전반에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과 호의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치지형의 보수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비정규직 투쟁은 대단히 극단적인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위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첫째, 중장년 저학력.여성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집중적이고 입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둘째, 청년층의 경우 기본적인 작업부터 시급히 전개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5. 농민

1) 농민인구는 2007년 현재 330만명 수준으로 극적으로 감소했다.
농민인구 감소와 함께 중요한 것은 인구 구성과 여타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 요소이다.

20대 이하가 46만명이고 50대 이상이 193만명이며 30~40대는 65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농촌의 인구 구성이 극단적으로 파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구 감소와 함께 중요한 것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 요소인 학교.병원 등이 사라지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농촌 황폐화는 농촌 인구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농업 농가소득 감소와 농촌 양극화 등에 의해 존망의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농업소득은 86~90년 6.9%, 90~94년 4.8%의 성장 기조에 있었다면 94~98년 -4.2%, 98~2003년은 -1.04%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심각한 것은 농촌의 전반적인 소득 감소에 따라 청중장년층이 경지 규모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는 “2003년 현재 경지 0.5ha 미만인 동시에 농산물 판매액 500만원 미만의 영세농가가 전체 농가의 32.8%(45만5천호)를 차지하고 있으며 판매실적이 없는 자급적 농가가 8만 1천호에 달하고 있다”인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한국농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소수의 청중년층 전업농 정책과 농민운동이 주창하는 국민농업 사이에서 중대한 분기점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3) 95년 이후 농가 소득의 악화, 농민생존권의 위협은 농민의 대중적인 저항을 불러 왔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농민대중의 대규모 상경 투쟁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도시화, 자본주의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어 첫째, 농업.농촌에 대한 대도시의 우호적인 여론이 점차 엷어지고 있는 점, 특히 도시지역의 영향력있는 중상층이 농촌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유포하고 있는 점, 둘째, 정치인들의 경우 농촌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이전에 비해 정치적 부담을 덜 느끼고 있는 점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수도권 상경을 통한 대규모 투쟁과 같이 도시민의 선의에 호소한 대중투쟁은 기대했던 것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약할 수 있다. 반면 첫째, 안전한 먹거리, 학교급식 등 도시민의 새로운 요구와 내용적으로 연대하고, 둘째, 지방경제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여 지방권력을 장악하고 이를 토대로 도시를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형태의 운동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자의 경우 농민운동이 농촌의 전반적인 상황에 비해 우수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최근년간 농민들의 대중적인 투쟁이 전체 운동에 중요한 동력이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인구구성이나 계급적 역량관계로 보면 과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농민운동은 농민의 생존권이 아니라 고통받는 지방경제 전체의 대변자로 발전해야 하고 도시의 운동자원과의 적극적 결합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6. 청년과 학생

1) 대학생 비율은 80년대 중반 해당 연령층의 30% 수준에서 80% 이상으로 급증했다.
현재는 사실상 해당 연령층의 대다수가 대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사회전반의 고학력화로 80년대 중반 대학생들이 갖고 있었던 ‘지식있는 자’로서의 위상을 현재의 대학생들은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75년 인구 만명당 66.7명에 불과했던 대학생은 2006년 현재 623.2명으로 9배가 넘고 있다. 현재 대학생은 대체로 80년대 중반 고등학생 정도의 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지식정보화와 절차적 민주화의 확산으로 대학생들만이 갖는 정보,지적자원을 현재의 대학생들이 갖고 있지 않다. 80년대 중반의 대학생이 엄혹한 독재 치하에서 광주학살의 진상, 진보적 사상과 같은 높은 지적 자원을 가지고 세상을 선도할 수 있었다면 현재의 대학생은 사회 전반의 지적, 정보 수준에 비해 그다지 특별한 지적 자원을 갖고 있지 않는 평범한 청년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학생운동에 대해 과도하게 지사적.선봉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판단이다.

2) 현재 대학생을 괴롭히는 것은 단연 취업이고, 한국사회의 특수성으로 인해 등록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것은 청년실업의 고착화 경향인데 자료에 따르면 일단 임시직으로 취직하면 상용직으로 옮겨 갈 가능성은 6.6%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임시직(65.2%), 일용직(19.0), 고용주(0.3), 자영업자(6.9%), 무급가족(2.0%)으로 조사되었다.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반면 90년대 중반 이후 대학의 시장화 조치 이후 대학이 난립하고 등록금이 급증했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높은 등록금 - 실업>이라는 이중삼중의 고통속에 있다. 따라서 등록금 문제를 촉발로 해서 청년실업에 접근하는 형태의 운동이 유력해 보인다.

3) 대학생들의 정서와 문화는 인터넷 등 정보화에 민감하고 일방적인 주입보다는 쌍방 소통의 문화에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와 보수를 갈라내는 기준이 정치노선에 있기보다는 참신성과 구태의연함에 있다는 지적은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또한 여중생 싸움, 노사모, 붉은악마 등에 열광했던 세대이니만큼 적절한 계기가 주어지면 활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반면 IMF 이후 학생운동은 대학생의 정서.문화와 달리 역으로 여전히 군사적이고 위계화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학생들의 보편적인 요구인 고용문제보다는 통일.반미 위주의 동원 사업이 지속되면서 양자 사이의 괴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현재는 학생운동이 학생대중으로 주변화되어 있다.

향후 운동은 의제와 방법의 전환이 절실하다. 의제에서는 고용 문제에 대한 접근을 중시해야 하고 방법에 있어서는 신세대의 문화와 정서에 맞는 방법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4) 대학생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대학생 사회의 양극화이다. 서울의 명문대학이 IMF 체제의 주된 수혜자인 고소득 자산계층의 자제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대학생운동의 양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서울의 명문대학의 경우 대중적인 투쟁보다는 날카로운 이데올로기 투쟁이 중시되어야 하고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대중적인 투쟁이 가시화될 것이다. 특히 향후 대학사회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는 조건에서 지방 대학들을 조직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7. 소상인

1) 소상인의 경우 농어촌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를 제외하면 도시 자영업자의 숫자는 600만 수준이다. 도시 자영업자는 첫째, 전문직과 고용인이 있는 고소득 자영업자 둘째, 피고용인이 없는 단독 자영업자 셋째, 무급 가족종사자로 나눌 수 있고 이들의 비율은 1:3:1 수준이다. 이렇게 보면 영세 소상인은 대체로 400~450만 내외로 보인다.

이들은 IMF 이후 외주와 분사, 중간 사무직에 대한 정리해고로 공급이 과잉되었고 02년 카드 대란 이후 서민 내수가 붕괴하여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의 진출로 자영업자의 설자리가 줄고 있다.

87~97년 내수 확장 국면과 현재의 가장 커다란 차이의 하나는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 사이의 소득이 역전된 것이다. 자영업자의 소득이 투명하게 노출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자영업 중하층의 소득 감소는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특히 자영업의 경우 내부에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홀로 자영을 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비정규직과 처지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들은 소자산계급이라기보다는 사실상의 반실업자, 실업자에 가깝다.

2) 소상인,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운동은 민주노동당이 주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카드수수료 인하 운동이 주효하였다. 솥단지 시위에서 보듯 소상인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들의 생활 처지가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상인을 조직할 수 있는 유력한 단위는 민주노동당의 각 지역위원회이다. 그러나 현재의 민주노동당 각 지역위원회는 지역사회와 밀착된 대중적 조직이라기보다는 운동써클과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향후 도시의 지역기반과 밀착된 대중운동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체질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8. 여성

1) IMF 경제 위기는 남성에 비해 여성에 피해를 집중시켰다.

첫째, 남성 가구주의 경우 1분위에서 10분위까지 대체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반면 여성 가구주는 1~3분위 저소등층에 무려 51.5%가 집중 분포되어 있다.

둘째, 여성 빈곤의 연령별 차이이다.
가구주의 성별.연령별 빈곤율의 경우 20세 미만에서는 남성 가구주, 여성가구주의 빈곤율이 모두 9.8%인 반면 20~64세의 경우 여성 가구주의 빈곤율은 11.6%, 남성 가구주의 비율은 5.4%이고 65세 이상의 경우 여성 가구주의 빈곤율은 51%, 남성 가구주의 빈곤율은 25.1%이다.

20세 미만에 비해 20세 이상 여성 가구주에서 빈곤율이 커지는 이유는 여성들이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을 거친 후 재취업시에 상당 부분이 영세자영업 및 저임금 노동으로 취업하기 때문이다.

셋째, 전문직에 종사하는 일부 고학력 여성과 여타 대부분의 여성들 사이의 양극화 문제가 있다.

2) IMF 이후 빈곤과 여성 문제는 대단히 밀접한 관계하에 있다. 반면 기존의 여성운동의 경우 서구형 페미니즘을 강조하거나 심지어 제도권에 편입된 사례도 없지 않다. 또한 매스컴의 영향으로 일부 성공한 예체능계 여성, 전문직 여성들에 대한 선망과 왜곡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성운동의 활성화, 운동에서 여성.남성 사이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중요해 보인다.

최근 KTX, 뉴코아 이랜드 사례에서 보듯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고 여성의 사회진출과 가족 해체에 따른 여성 가구주 숫자의 확대로 여성들의 운동적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9. 중소기업

1) IMF 이후 중소기업도 집중적인 피해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간략히 개괄하면 첫째는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이른바 유연화 정책에 따라 외주, 하청, 전근대적인 하도급이 구조화되었고 이로 인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피해를 전가한 점. 둘째는, 중국 저가 공산품의 진출에 따라 내수시장이 잠식된 점. 셋째는, 내수 붕괴로 영업기반이 무너진 점을 들 수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전에 비해 대기업 대비 생산성이 악화된 점이다.

2) 흥미있는 점은 남북경협에 대한 태도인데 저가 공산품 시장이 노동 경쟁력의 열위 때문에 중국에 잠식된 조건에서 03~04년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가 정점에 이르렀다면 이후에는 개성공단 진출 등 남북경협에 대한 호의적 태도가 늘고 있는 점이다. 한나라당 류의 대북 강경정책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는 점은 중소기업의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와 무관치 않다.
향후 남북경협에서 대자본, 공기업 등이 진출하게 되면 이런 경향이 더욱 커질 것이다.

3)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민중운동이 자신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탄력적으로 접근해야 할 핵심적인 연대 대상이다. 이들은 기득권층과의 역관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균형추의 역할을 한다. 그런 차원에서 민중운동적 기반을 튼튼히 하면서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과 접근이 중요하다.

10. 기타

1) 정세와 역량 편성의 문제
향후 수년 사이에 정치군사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북미 공방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경제위기가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자에서는 대단히 유리한 정세가 예상되지만 후자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향후 정세를 이렇게 보면 관건은 남측에서 민족공조의 입장에 선 대중적인 정치세력이 출현하는가 여부이다. 위 변혁과 통일을 논하는 과정에서 밝혔지만 이 정치세력은 조국통일정세를 중심에 두면서도 남측의 실정과 조건에 맞는 사회경제적 대안을 갖고 대중적 지지와 공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본 대중조직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여타 계급계층을 폭넓게 규합한 대중정당, 현재로 보면 민주노동당의 성장 여부가 관건이다.

현 정세의 결정적인 취약점은 조국통일 정세의 미약에 있다기보다는 남측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걸맞는 진보적이고 대중적인 경제담론을 제출하지 못하는데 있다. 이로부터 민주노동당의 외연은 아직 소수 진보세력의 범주를 넘지 못하고 다수 국민대중은 성장개발 담론을 앞세운 보수우파에 기대를 걸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방 정국에서 토지개혁이 다수 민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과 같은 진보적이면서 대중적인 경제담론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적 지지를 받는 정치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이다. 참고로 필자는 고용이나 공공성 어느 부분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 운동 구성원의 변화
우리 운동의 중요한 젖줄은 80~87년 6월항쟁에 이르는 기간에 형성된 학생운동 출신의 진보적 인텔리들이다. 이들 다수는 반유신, 6월항쟁을 겪으며 진보적 자유주의, 강한 개혁 성향을 띠고 있고 이들 중 헌신적인 소수는 자주통일, 계급계층운동에 헌신하여 우리 운동의 조직정치적, 대중적 지반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IMF 이후 상황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학력에 따른 소득의 격차, 계급의식의 차별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학력에 따른 소득격차는 위 고소득자산계층, 여성의 사례에서 보듯 뚜렷한 현상이다. 이에 따라 고학력층 일부가 보수적 담론을 주도하거나 이에 경도되고 있다. 저학력층의 경우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여러 갈래로 분화되고 있는데 그 중 소수가 계급적 자각을 분명히 하며 정치적으로 진출하는 한편 대다수는 여전히 보수적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있고, 다른 일부는 자살.알콜과 도박 등 비정상적인 일탈행위로 위안하거나 룸펜으로 전락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우리 운동의 강력한 지반이었던 대학생운동에서 진보적 담론과 인적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점이다.

위 사실이 함의하는 바는 첫째, 우리 운동의 계급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의제 설정, 간부발탁, 조직운영 등에서 진보적 인텔리들보다는 기층 민중들의 이해와 요구를 전면에 걸고 운동진영 전반을 과감히 쇄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실업 상담,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 등 조직화된 대중운동이 아니라 구제, 상담 사업과 같은 일상활동을 꾸준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IMF 이후 정세의 두드러진 특징은 저학력.저소득층이 룸펜 프로로 전락하고 있는 점이다. 이들에 대한 사업은 장기성과 인내를 요구하는 바 조급한 사업이나 운동보다는 중장기적인 투자와 배치가 필요하다. 셋째는 진보적 인텔리들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맞게 현대적인 방식으로 대중적인 사상운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진보적 인텔리들의 존재 조건상 이들에게 전통적인 방식의 호소는 수용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과 경합할 진보적인 경제담론을 제출하고 이를 매개로 진보적 인텔리들과의 사업을 적극화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에 대해 보완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 상황이 악화된 조건에서 각당 각파의 경제 담론이 경쟁적으로 제출되고 있다. 현재 자민통 진영의 전통적인 경제담론은 대중적인 설득력, 현실정합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이 자민통 노선에 합류했음에도 이를 기반으로 국민 대중을 전취하기 위한 새로운 단계에서 애를 먹고 있는 원인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를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대단히 시급한 과제의 하나이다.

3) 지역, 세대, 금융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적 집중이 심화되고 있고 지방경제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이 서울강남-서울강북-경기-지방 등으로 서열화되고 경부선을 중심으로 한 경상도 지역이 그나마 인구구조를 유지할 뿐 호남.강원 등의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빚어낸 사회적 양극화가 지역단위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후 운동에서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운동에서 지역이 갖는 여러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향후 운동의 발전은 지방이 서울.수도권을 압박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2006년 11월 한미FTA 반대 투쟁은 그 일단을 잘 보여주었다. 지역의 다양한 계급계층 가령 <지방국립대-지역농민회-지역소상인-노조> 등이 연합하여 해당 지역에 대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제기하고 대안 정치세력을 부상하는 형태의 운동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서울의 서민지역과 경기지역 조직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인구 구성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소외된 지방민의 정치적 각성과 조직화가 빨라지고 있는 반면 서울.수도권의 비조직화된 대중에 대한 사업은 방치되어 있거나 소극적인 편이다. 이는 지방이 서울.수도권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에 대한 관심과 역량배치가 필요하다.

세대의 문제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IMF 이후 경제위기 국면에서 30~40대의 조합이 있는 남성 노동자가 부분적으로 자기 방어를 했을 뿐 여타 대중은 대부분 지위가 급속히 하락했다. 이 중 중요한 부분은 20대 청년실업, 40~50대 중년 부인, 40~50대 저학력 가장, 노인 등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386세대와 20대 사이에 계선이 형성되어 있는데 양자가 대학 등록금을 두고 연대하여 상호 결합력을 높힐 필요가 있다. 또한 공부방 따위를 매개로 40~50대 비정규직 부인과 20대 대학생들이 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소득층 노인에 대한 위로 사업 등을 통해 이들과의 결합력을 높이는 것도 유익해 보인다.

이전 시기 서민대중의 고통이 주로 저임금.장시간 노동 등 생산영역에 집중되고 대다수 서민대중에 공통으로 집중되어 있었다면 IMF 이후에는 주거.사교육 등 재생산.소비 영역에서 고통이 집중되어 나타나고 사회적 약자층에 가중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서민대중의 생활고를 압박하는 형태가 바뀌고 있다. 이 중 중요한 문제가 주거, 금융, 사교육 등의 문제로 향후 운동의 방향에서 이들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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