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참고로 2006년 3월 전국교수노조의 성명을 첨부함). 그러나 감각적으로 이를 둘러 싼 갈등이 향후 우리 운동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운동적인 차원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적절한 선도적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재정경제부에서 시행하자고 하는데 정작 교육부총리가 재정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사례는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김신일 부총리의 발언 직후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가 조직되었어야 한다.
선도적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대중의 관심사를 촉발하고 운동의 동력을 형성하는 차원에서 유효한 전술이다. 특히 대중의 공감대가 높은 사안의 경우 선도적 문제제기는 피해는 적으면서 대중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낸다는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둘째, 운동의 호흡을 길게 가져야 한다.
우리 운동의 모범적인 사례의 하나는 2002년 11월 농민들이 벌인 30만 대항쟁(실수 13만 명 참가)이다. 이 운동을 조직하기 위해서 농민운동은 근 1년간을 조직한 바 있다. 밑으로부터의 충분한 공감과 참여를 위해서는 정세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중의 준비정도를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고민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등록금 문제의 경우 내년 신학기가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도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시급히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셋째, 등록금 문제를 고민하는 기동성 있는 소단위를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논리적 설득력, 정책적 우위를 갖는 것은 운동 승리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에 위 소단위별로 이 문제를 연구하고 꾸준한 선전홍보 활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행동전도 필요하다.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전국교수노동조합 소속 교수들은 ‘등록금 없이 공부하는 대학 만들기 1000+1000Km 국토대장정’이라는 기치 하에 교수노동조합 합법화와 등록금 후불제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하여 6월 7일 부산․순천 그리고 6월 13일에는 태백을 출발하여 6월 27일 여의도 국회 앞까지 3개 노선에서 21일 동안 연일 도보 행진”하였다고 한다.(인터넷 뉴스 참세상에서)
넷째, 사회운동과 결합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등록금 문제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500만~1000만원하는 등록금을 낼 수 있는 학부형들이 많지 않다. 따라서 여러 사회운동과의 결합이 가능한 사안이다. 주력해야할 집단은 다음과 같다.
위의 교수들,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첫째 대상이다.
민주노총, 전농 등 사회단체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에 지금부터 학생 대표들이 이들 단체들에 대한 방문하여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학생운동의 최대 결점의 하나는 자신들이 준비하고 나서 생색내기 형식으로 지지와 후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소극적인 찬성 이외에는 할 일이 별로 없다.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내년 초, 학생들이 싸울 때 민주노총, 전농 등으로부터 단순한 지지성명을 뛰어넘는 보다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386세대와의 결합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386세대의 윗세대 자제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가 되었다. 이에 ‘등록금 문제를 고민하는 386 아버지들의 모임’ 따위를 건설하고 이에 개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지역사회단체와의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학 등록금에 대한 체감도는 서울과 지방이 다르다.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 취업 문제 등이 결합되어 서울과는 또 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 운동은 지역단위로 오랜 기간의 운동성과를 축적해 온 바 있고 상당한 정도의 내공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끼리 고민하기보다는 가령 지역 민주노동당, 진보연대를 방문해 지금부터 도움과 지지를 요청해 둘 필요가 있다.
40~50대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도 필요해 보인다. 가령 40~50대 중년 아주머니들이 생업에 종사하는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의 교육비이다. 따라서 이들과의 결합은 운동의 대중적 지반을 넓히고 공동연대 전선을 확대하는데 유력한 길이다.
끝으로 운동적인 차원에서 몇 가지 지적할 문제가 있다.
첫째, 운동의 의제를 설정하는 원칙에 대한 문제이다.
운동의제는 정세를 중심으로 설정할 수도 있고 주체를 중심으로 사고할 수도 있다. 물론 양자를 긴밀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지금은 후자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유효하다. 가령 등록금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등록금 문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쟁점화될 것이라는 정세적 판단과 함께 대학생들을 진보진영으로 견인해야 하는 운동적 필요와 연관되어 있다. 또한 등록금 문제는 한국사회의 최대 이슈의 하나인 청년실업으로 가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현재 우리 운동은 지나치게 ‘정세가 이러저러하니 무엇을 가지고 싸우자’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운동은 정세를 따라가기 급급하고 운동의 가장 중요한 성과인 사람을 남길 수가 없다. 따라서 운동의 주체를 중심에 두고 이들이 고민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운동과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개량화될 가능성이다.
부동산(반값 아파트), 유류세, 카드수수료 인하 등 대중의 민감한 주제가 되었던 여러 문제들의 경우, 대중의 잠재적 분노가 누적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후에 결합하면서 기만적으로 해소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운동진영이 효과적으로 개입할 경우 운동진영의 대중적 위신도 높이고 정치권의 개량화 시도도 저지할 수 있다.
등록금 후불제를 둘러 싼 논쟁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학생들은 우리 운동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정치권이 학생들의 요구를 기만적으로 수렴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운동진영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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