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한국민권연구소 경제과학분과 상임연구원)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2007 남북정상선언' 경제협력 관련 연재를 보내왔다/편집자주

1. 산유국의 꿈 : 서해유전
2.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는 무엇인가
3. 한강하구를 통해 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의미
4. 해주항과 서해를 활용하는 평화협력특별지대
5. 새롭게 주목받는 개성공단
6. 남북경제협력의 활성화 : 투자장려와 우대조건
7. 경제하부구조 건설이 남북 경제에 미치는 의의
8. 철도와 도로연결의 경제적 비용과 효과 검토
9. 대륙으로 나아가는 경의선 열차 : 올림픽응원단
10. 조선협력지구 발전의 전망
11. 백두산 관광의 효용가치
12. 상부상조의 새로운 원칙 : 자연재해 협력
13. 농업, 보건, 환경 등 다양한 협력사업 진행
14. 남북 과학기술 교류사업 전망
15.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의 전망

10.4남북공동선언에서 국민들은 다양한 남북 두 정상의 합의사항에 대해 대체로 높은 지지를 보냈다. 그 가운데서도 주목받는 것은 백두산 관광이다. 정상회담 후 SBS의 여론조사에서는 '백두산 직항로 개설과 베이징 올림픽 응원단의 경의선 철도 이용'에 대한 지지율이 79.3% 등으로 높게 나타났던 것이다.

민족정기 발원지 백두산

북한의 양강도 삼지연군에 위치하며 대흥단군, 보천군, 백암군 등지를 아우르는 백두산은 해발 2744m의 휴화산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큰 산이다. 또한 백두산의 정상에는 과거 화산활동으로 생긴 분화구에 형성된 천지라 불리는 칼데라 호가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칼데라 호이다.

백두산은 백두대간의 출발지로써 민족정기의 발원지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애국가를 “동해물과 백두산”으로 시작하는 것에도 드러나듯이 백두산은 우리민족의 정신이 깃든 산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백두산의 반대편이 중국 영역이라며 우리민족의 역사와 전통에서 백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시도도 일부 있었지만 그럼에도 백두산은 명실상부 우리민족의 관할지역에 있으며 우리민족과 함께 해 온 우리민족의 산이다.

백두산의 일부 영역이 중국에 걸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백두산의 최고봉인 장군봉이 북한 영토에 있으며 장백폭포, 삼지연 등의 수려한 자연경관도 북한영역에서 올라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그리하여 예로부터 백두산과 백두천지는 모든 민족성원의 성스러운 영역으로 칭송되었으며 이는 21세기라 하는 오늘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외세에 의해 한반도가 분단된 이래, 남녘에서는 백두산 등정이 사실상 불허되었다. 물론 탈냉전 이후 중국을 통해 백두산 관광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백두산의 전반 산세를 조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먼저 백두 제일봉이라 할 수 있는 장군봉에 오를 수 없으며 중국측 백두산 산정은 그 경로가 단조로와 변화무쌍한 백두의 기세를 느끼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다.

10.4공동선언에 합의된 백두산 관광

그러므로 10.4 선언에서 합의된 백두산 관광은 남북 민족구성원의 염원이 실현된 뜻깊은 합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백두산 관광 합의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백두산 관광의 합의가 일반적인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합의를 정리한 5항이 아니라 역사, 문화 교류에 해당하는 6항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10.4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백두산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하였다.”라고 합의하였다.

백두산 관광과 더불어 금강산 면회소, 자연재해에 대한 협력 등도 6항, 또는 7항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백두산 관광사업을 단순한 남북경제협력의 일부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항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우수한 문화를 빛내기 위해’로 규정되는 역사, 문화교류 항목이다. 다시말해 북한 당국은 백두산 관광을 단순한 경제협력의 일환에서 더 나아가 남북간에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교류하는 사업으로 바라본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는 백두산이 우리민족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할 때 일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민족의 성산이라 일컬어지는 백두산 관광 사업은 그저 한국사회에 만연한 먹고 놀자 풍의 관광이 아니라 민족정기를 되새겨보고 민족과 나의 관계, 우리민족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생각하는 하나의 역사문화 교육의 장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신속한 후속조치

그러다보니 백두산 관광에 대한 후속조치도 매우 활발하다.

11월 2일, 현대아산의 현정은 회장은 방북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접견하고 조선아시아태평양 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백두산관광과 개성관광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하였다. 이 합의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현대그룹에 백두산에 대한 관광사업권을 주기로 하였으며 백두산 명소들에 대한 관광의 시점을 2008년 5월로 명확히 하였다. 그리고 백두산 관광은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이용한다는 10.4선언의 합의를 재확인 하였다.

현정은 회장은 방북 이후 보고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각별한 배려로 남측 일행을 맞았다고 밝혔으며 방문단 25명 전원에게 백화원 영빈관을 숙소로 제공해 주고 백두산을 참관할 수 있도록 특별기를 내어주었을 뿐 아니라 바쁜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어 면담과 만찬을 마련해 주었다고 회고하였다.

현정은 회장의 보고에서 주목할 점은 현재 백두산 관광의 준비정도이다. 현정은 회장은 ‘백두산은 ‘민족의 성산’이라는 말에 걸맞게 웅장한 규모와 위용을 자랑했으며, 숙박시설 등은 지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양호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11월 16일 발표된 남북 총리급 회담 합의문에서는 “남과 북은 백두산과 개성관광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며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을 위한 실무접촉을 12월초에 개성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서울- 백두산 직항로는 서울 지역의 공항과 백두산의 삼지연 공항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부제도권은 삼지연 공항의 직항로 개설을 두고도 공항보수에 약 2828억원이라는 많은 비용이 든다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게다가 이 비용도 활주로 관련 비용은 37억원에 불과한 반면 대부분의 비용은 항행안전시설과 터미널 등 공항 부속시설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교통연구원이 국내 민간기업이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산출한 결과이다. 문제는 민간기업의 자료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교통연구원은 공항 주변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였으나 11월초에 삼지연을 방문한 현정은 회장은 공항의 숙박시설 등이 지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양호하였다고 언급하였다. 게다가 북한은 이미 2005년 7월 삼지연 공항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실시한 바 있다. 또한 백두산 관광의 경우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보다 중형 항공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되므로 활주로 여건에 대한 보수는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이미 한국도 서울-제주와 같은 단거리 항로는 중형여객기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고려를 차치하더라도 현정은 회장의 말을 빌더라도 삼지연 공항에 수천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교통연구원의 지적은 제고의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가격을 통해 본 북한관광의 의미

또한 이번 백두산 관광을 앞두고 논란이 있는 것은 그 관광비용에 대한 문제이다. 매경인터넷의 설문에 의하면 2박3일을 기준으로 한 백두산 직항로 관광 비용은 약 100만원 선에서 결정될 것인데 이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여기는 여론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비행기 타고 두 시간 가는 일정이 100만원이면 중국이나 동남아 관광에 비해 비싸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백두산 관광의 효용가치를 무시한 견해이다. 백두산 관광은 대략 눈이 내리지 않는 5월부터 10월까지 1회당 최대 200명이 관광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숙박 시설과 항공기 크기 등을 감안하면 한 번에 150~200명이 관광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백두산이 사시사철 개방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무쌍으로 인하여 여름기간에 집중적으로 개방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만큼 희귀성이 있으며 관광상품으로의 매력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이 기간에도 기후조건에 따라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데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북한사회에서 백두산이 갖는 의미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북한당국은 백두산을 김일성 주석이 항일독립운동의 근거지로 삼았던 산이며 여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탄생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백두산은 우리민족의 정기가 숨쉬는 성산임과 더불어 현 북한당국의 정통성이 존재하는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북한당국은 김일성 항일유격대의 사적지, 구호나무 등이 백두산 전반에 걸쳐 존재한다고 한다. 이 부분만 살펴보더라도 북한당국이 백두산의 유지, 관리에 얼마나 큰 공을 들이겠는가를 유추할 수 있다.

백두산은 기본적으로 영세한 현지여행사가 기념품을 강매하고 온갖 비정상적인 관광이 판을 치는 동남아 관광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은 중국을 경유하는 관광과 극명하게 다르다. 현재 백두산 관광은 기본이 4박 5일 일정으로써 먼저 인천공항에서 만주의 대련이나 심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여기서 백두산 아래 연길로 차로 이동한다. 문제는 연길에서 백두산 산정으로 오르는 길인데 험한 비포장 도로를 7시간 가량을 달려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기존의 중국 경유 백두산 관광은 불편한 교통편을 이용한 이동이 대부분이며 열악한 주변설비로 인한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어린이나 노약자는 동행할 수 없는 매우 험악한 여행길이란 점이다. 여행자들의 말에 의하면 연길의 호텔은 불편하며 산장은 물이 안 나오고 침대는 불편하다고 한다. 게다가 이 경우는 해외여행에 속하기 때문에 여권을 신청 발급해야 하는 등 절차상의 번거로움 역시 존재한다.

반면 서울-백두산 직항로의 경우가 실제 운행된다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2시간 만에 삼지연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또한 열악한 민간영세여행사가 주관하는 중국측 백두산 관광과 달리 현대아산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보증하므로 여행도중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 어린이, 노약자들도 여행에 함께 할 수 있어 이산가족 등의 실향민들의 백두산 관광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두산 관광은 민족대단결의 돌파구

지난 시기 금강산 관광이 그랬듯이 백두산 관광 역시 북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다만 금강산 관광과 백두산 관광은 그 형식이 조금 다르다. 금강산은 보다 많은 남측 관광객들이 오가는 대중적인 관광사업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백두산 관광은 기후적인 조건 등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금강산 관광처럼 폭넓게 시작되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백두산 관광은 현 북한정권이 출발하고 시작한 지역이자 우리민족의 혼이 어려있는 유서깊은 지역이란 점에서 남측 국민들에게 주는 인상이 남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백두산은 한국국민들이 북한을 민족의 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바탕 하에 힘을 모으는 민족대단결의 수준을 비상히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5월이면 시작될 백두산 관광.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천지의 신비로움과 그 웅장한 산세를 조망할 5월에 벌써부터 가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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