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인터넷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위 글에 실린 몇 가지 사례들은 참신한 발상과 대담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위 글에서 지적한 몇 가지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임승수씨는 인터넷을 통해 베네주엘라 혁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무작위로 모집하여 연구모임을 결성하고 그 성과로 책을 펴냈다. 임승수씨가 펴낸 책은 당시 일천했던 베네주엘라 연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사회과학출판물로는 적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 자본주의연구회는 인터넷을 통해 전국의 대학생 300명을 모집하여 대안경제캠프라는 전국규모의 행사를 치렀다.
◆ 한청(한국청년단체협의회)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4200명의 청년들을 ‘몰래산타’ 행사에 참여시켰다.
위 사례들에서 필자가 주목할만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제와 소재의 선정이다.
베네주엘라 혁명에 관한 문제는 청년세대들의 국제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에는 워낙 문물이 발달한 터라 관심과 사고의 영역이 국내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더구나 인터넷, 언론 등의 영향으로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오지의 세계의 문제들도 노력만 하면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청년세대들의 경우에는 어려서부터 국제적인 현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임승수씨의 경험은 이를 잘 포착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자본주의연구회 또한 경제문제라는 주제에 착목한 점이 주목된다. 필자도 학생들과 접촉하다 보면 이전 세대에 비해 사회경제적인 현안에 대한 관심과 밀착도가 대단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체험적으로 IMF와 같은 경제현실을 경험했으며 고용과 같은 문제에 현실적으로 직면해 있다. 이는 386세대가 ‘해방전후사의 인식’, 광주학살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점과 차이가 나는 점이다.
한청의 경우 ‘몰래산타’라는 봉사활동에 착목했다. 필자는 ‘몰래산타’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몰래산타’의 성공 사례를 듣고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청년세대들이 의외로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고 어려서부터 이런 류의 활동과 친화도가 높다는 것을 알았다. ‘몰래산타’는 이를 반영한 좋은 사업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성공 사례는 대중의 관심과 취향을 정확히 포착하고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해 주고 있다.
둘째는 사업의 대담함이다.
임승수씨는 인터넷을 통해 무작위 대중을 공부모임에 끌어 들였다. 그것도 베네주엘라 혁명연구와 같은 정치적 주제로 말이다. 아마도 필자였다면 오랜 친분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입장과 관점을 타진한 뒤 비교적 소수의 인원을 규합하는 형태를 취했을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성과를 올리는데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을 것이다.
자본주의연구회, 한청의 사례도 유사한데 핵심적인 요지는 세세하고 시시콜콜하게 입장과 관점의 차이를 확인하고 친소관계에 따라 수공업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기조를 정리하고 개방된 광장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다.
전자와 같은 방식은 사상에 대한 통제가 살아 있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선후배ㆍ지연 등 인맥관계에 익숙하며 일방적인 교육이 통하던 시기에 가능했다. 반면 요즈음에는 사상에 대한 개방 정도가 크고 인맥관계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적절한 익명성과 관심과 취향의 일치가 중요하며 쌍방향의 소통과 교감이 중요한 듯하다.
임승수씨나 자본주의연구회, 한청 등의 사례는 위와 같은 변화 추세를 잘 활용하여 대담하게 사업을 전개하여 성과를 올린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셋째, 위의 성공사례는 비단 인터넷을 통한 사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운동진영의 전통적인 방식은 끈끈한 인간관계와 소모임 방식을 중시하고, 일방적인 전달에 치중되어 있으며 높은 정치적 요구를 강조한다.
이런 풍토의 약점은 수공업적이고, 관점과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과의 민주적 연합과 소통에 취약하며 ‘인간관계의 유대가 적고 덜 정치적이지만 대규모로 조직되어 있는 다양한 집단’(위 성공 사례는 이러한 집단을 조직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을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쌍방향의 소통과 논리적 설득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취향에는 잘 맞지 않는다.
세상은 언제나 변화에 민감하고 시대를 선도하는 자의 것이다. ‘촛불시위’, ‘노사모’, ‘붉은 악마’와 같이 시대를 풍미했던 새로운 접근과 발상이 운동진영에서 나와야 한다.
민경우 전문기자
tongil@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