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수면 하로 잠복했던 NLL(서해 북방한계선)논란이 재개될 전망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각 정당대표 및 원내대표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인데, 이것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며 "그 선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라고 NLL의 유래를 지적한 뒤 "이걸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NLL협의불가론자'들을 논박했다.
이어 "국민들을 오도하면 여간해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사실관계를 오도하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는 것은 (나중에 바로잡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고려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하고 "이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서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경제협력이 가장 시급한 문제"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과 관련, 노 대통령은 "경제협력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확인했다. "논리상 핵, 평화 문제보다 경제가 후순위일 수밖에 없"으나 "현실적으로는 핵과 평화문제를 푸는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호관계가 선순환 과정으로 가도록 잘 조정해야 하는 것이 경제협력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다만, "지원을 하든 투자를 하든 북측이 준비가 되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결정한 것(선언)은 남쪽의 이익과 관계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중국 베트남에 투자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투자의 문이 열리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투자이고, 이익이 돌아오는 투자만 있을 뿐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문산-봉동간 철도화물수송'에 대해서는 "우리 필요가 우선하고 있는 것"이며,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합의는 "중국과의 물류를 생각하면 우리에게 아주 필요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또 "현재 합의된 것은 공동 이용을 전제로 한 것"이며 "이것을 일방적 투자나 지원이라고 말한다면 깊이 따져 보지 않은 말이다. 공동의 이익, 그리고 우리의 필요에 결합되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북의 생필품이 80%가 중국에서 들어오고 그 대가가 북의 자원으로 나간다"면서 "북한과의 물류선은 경제권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도 이미 평양까지 도로 개설을 제안해 놓고 있다"면서 "경제권을 누가 갖냐에 따라 북측에 대한 투자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이익이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화해없이 교류협력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모순"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추진' 합의와 관련, 노 대통령은 "평화체제로 가는 첫 단계 문을 여는 의미를 갖는다"고 자평했다. "한국이 당사자로서 인정받으려는 부분을 국제적인 합의 속에서 끌고 가려고 그동안 상당히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련국 정상들과의 연쇄 회동의 마지막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의 확인을 받은 것"이라며 "의미 있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선언을 언제 할 거냐는 노력을 해 가야 할 문제지만, 6자회담의 이행 속도에 따라서 가야 할 문제고, 이 선언이 6자회담, 북핵 폐기의 속도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수대의사당에서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 주권의 전당’, 서해갑문 참관에서 '인민은 위대하다'는 방명록을 남긴데 대해서는 "거기 가서 ‘국민’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고 '역지사지'를 강조했으며,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이산가족이란 큰 틀에서 묶어서 실질적으로 처리를 해 보라고 사실상 정치적 위임을 해 주면, 정부가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융통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화해한 후에 협력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화해 문제는 영원히 안 풀리고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본질적 화해는 기본적으로 지난 날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되는데, 그 문제에 대한 인식은 남북관계의 특성상 영원히 극복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화해 없이 교류 협력하고 있는 것이 남북관계의 모순이다."
아울러 "북측이 남북기본합의서 얘기를 싫어한다는 데 이해가 안 갔는데 서로 생각이 완전히 다르더라. 우리측이 이행을 안 했다고 생각하더라"며 "같은 문제에 대해 인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상대방이 옳으면 대화하고 그르면 대화 안 하고 할 수 없는 것이 남북관계"라며 "미우나 고우나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상대라는 점을 확고히 인식해야 한다. 말이 통할 때만 협력하고 안 통하면 협력 안 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이기에, 인내심이 필요하다"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신뢰를 구축해온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6.15 기념일 제정' 관련 문성현 대표의 질문에 대해, 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기념일 제정은 대통령령을 통하므로, 행정부차원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사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