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맥락에서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의 저자 박세길 씨는 최근 출간한 “우리 농업, 희망의 대안”을 출간하였다. 위 책에서 저자는 새로운 농업의 대안을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지속 가능한 국민농업”으로 정리했다.
최근 농민운동은 주목할만한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서는 농민운동이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모색에 대해 평가해 보고자 한다. 전제할 것은 필자는 농민운동에 대해 잘 모른다. 따라서 필자의 분석이 농민운동 진영의 고민을 충실히 담아 내지 못할 수 있음을 고려하기 바란다.
첫째, 기존의 농민운동의 주된 요구인 농산물 가격 보장, 농민 생존권의 틀을 뛰어 넘어 생태, 환경, 복지, 안전한 먹거리 등을 매개로 농업 문제를 전 국민적 의제로 발전시키고 있는 점이다.
기존의 농민운동은 농민의 생존권을 핵심 의제로 제기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친환경유기농, 안전한 먹거리 등의 발상은 농민생존권 확보라는 절박한 과제를 상대화하거나 자칫 정부의 기업농 육성 정책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경계해 왔다.
최근 농민운동이 보여주고 있는 방향전환은 그동안 일정한 거리를 두어 왔던 새로운 영역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대ㆍ소통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방향전환에 따라 농민운동이 도시민, 소비자, 생협, 학교급식 등 다양한 영역의 운동과 결합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마련되고, 이를 기반으로 농업, 농촌의 문제를 도시 의제 나아가 범국민적 의제로 부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한미FTA 반대 운동 과정에서 생협 등이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견지한 점을 고려하면 농민운동의 방향전환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농민운동이 방향전환을 하게 된 계기는 농민을 둘러 싼 객관적인 환경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농가인구는 1985년 850만 수준에서 2004년 340만 규모로 20년 사이 무려 500만이 감소하였다. 더구나 농가인구 감소의 상당 부분이 청년층임을 고려하면 인구 구성은 더욱 열악하다고 하겠다.
이에 따라 농민의 정치적 영향력과 도시민의 농업, 농촌에 대한 태도 또한 확연히 바뀌고 있다.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농촌에 체류하고 있는 340만명 수준의 농민(그것도 고령 인구가 다수인)보다는 도회지의 다수 청년층에서 표를 구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도시지역의 인구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에서 농촌ㆍ농업과 관련된 연관고리도 서서히 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06년 11월 한국의 농민대중이 전국 각지에서 한미FTA에 반대하는 격렬한 항의시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민의 태도는 대체로 냉담했고 농민들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세계화된 경제에서 농업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개방 논리에 묻히고 말았던 것이다.
따라서 농민운동이 농민의 생존권만을 주장하기보다는 농업이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전체의 문제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절박한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농민운동이 보여주고 있는 방향전환은 점차 벼랑끝으로 몰려가고 있는 한국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비장한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셋째, 위와 같은 방향전환 과정이 갖고 있는 독창성ㆍ참신성을 전통적인 관점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안목에서 보면 우리 운동의 주된 동력은 노ㆍ농ㆍ학이다. 이 중 농민과 농업은 자본주의 성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半자본주의) 전근대적인 요소(가령 지주-소작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점에 집중되었다. 이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종속적 성격이 사라지면 이와 더불어 농업도 그와 연동하여 발전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농업의 발전 전망도 농업에서 근대적 공업화의 성과를 채택하고 농업기반을 규모화ㆍ대규모화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과 농촌의 상황은 많이 변했다. 농민운동이 수입개방 저지, 농민생존권을 요구하며 싸우는 동안 농민인구는 340만으로 급감했고 한국의 자본주의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은 근대적 발상을 뛰어 넘어 친환경 유기농, 안전한 먹거리와 같은 탈근대적 전망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해당 계급ㆍ계층의 요구를 범국민적 요구로 발전시키려는 시도와 노력은 현 단계에서대중운동 발전에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런 맥락에서 각계각층의 대중운동을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보건의료노조가 의료법ㆍ의료공공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 전교조가 교육 특히 농촌의 교육문제를 제기하는 것, 농민운동이 농업의 문제를 농민생존권이 아니라 국민농업이라는 새로운 발상에서 접근하려는 태도 등이 주목할만한 시도이다.
반면 이러한 노력이 취약하거나 부족한 단위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이다.
정규직 노동운동으로 구성된 민주노총은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국민적 지지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활동이 국민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협애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사활을 걸고 점차 국민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달라붙어야 한다. 이를 통해 민주노총이 전체 공익을 위해 싸우는 조직임을 확인시켜야 한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문제의 경우도 이미 학생대중만의 현안이 아니라 범국민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중저소득층의 경우 수백만에 이르는 대학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교육 격차-과도한 등록금-청년실업’으로 연결되는 연쇄고리를 타고 파생되는 문제를 고려하면 교육 문제는 이미 체제와 연관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년간 진행되었던 등록금 투쟁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운동은 죽으나 사나 학생대중이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할 수밖에는 없다. 학생운동은 여기에 다시 달라붙어야 한다.
민경우 전문기자
tongil@tongilnews.com


근데 이번 글은 아직 채 끝나지 않은듯한 느낌 이군요
다음 글 기대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