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그들의 속성 때문이다. 그들은 북을 철저히 불구대천의 적으로만 보는 군사독재체제 밑에서 자라고 출세하고 재미 본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북과의 화해, 협력이나 통일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둘째는 연말 대선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간 화해협력분위기의 고조가 반통일 세력인 한나라당의 정권교체기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그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은 여하 간에 남북을 아우르는 우리민족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정상회담이 바람직한 일이며 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 폐기 해법 찾기,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기틀 마련, 경협 등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 군비통제, NLL, 납북자문제 등을 회담의제로 제시하고 실질적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 추진위와 준비기획단에서는 정상회담에서의 협상계획과 전략을 작성수립하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 성패의 관건은 남북 간에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주고받느냐가 아니라 이제 남과 북이 참된 민족공조체제를 이루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남과 북은 2000년 제1차 정상회담 끝에 내놓은 6.15 공동선언 제1항에서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민족공조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6.15 공동선언의 핵심인 이 다짐은 결국 빈 말이 되고 말았다.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이나 ‘자주적으로’라는 말은 반세기 넘도록 미국을 의지하고 살아온 남한에서는 제구실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남한이 아무리 햇볕정책을 구가했어도 부시 미국대통령의 일갈로 6.15 공동선언 실천이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바로 그 실증이다.
그런데 지난 8일 남북이 동시에 발표한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도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발전, 한반도평화와 민족공동번영 및 조국통일의 새 국면을 여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의의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7년 전 정상회담이 다루지 못했던 한반도비핵화, 평화체제전환, 군축, 한미합동군사훈련, NLL 등 정치군사적 문제를 다룰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남북은 이런 문제들을 ‘우리민족끼리’ 정신으로 다루기로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민족끼리’ 정신으로 정상회담에 임할 수 있도록 남한의 국민이 대통령을 믿고 밀어줄 수 있는가이다. 그렇지 못하면 노대통령은 그런 정신으로 정상회담에 임할 수 없을 것이며, 설사 그런 정신에 따른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결국 국민의 비협조와 미국의 방해로 실천할 수 없는 합의가 되고 말 것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한반도는 미국의 독자적 지배기도에 남한이 영합하고 북한이 항거하는 군사적 대결상태 속에서 민족역량이 심히 낭비되고 온 겨레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왔다. 북핵문제로 시작된 6자회담은 이제 이 모순된 상태를 지양하고 남북과 주변 4강간의 새로운 다자관계를 설정하려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100년 만에 처음 도래하는 호기이다.
그러나 이 기회는 남북이 같이 호흡하고 보조를 맞출 때에만 호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인가를 의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이번 정상회담의 참뜻이다.
한국의 통일지향세력은 이참에 총결집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공조의 정신이 아니라, 민족공조의 정신으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활웅(본사 상임고문)
tongil@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