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4시 서울 인사동 '평화공간 SPACE*PEACE'에서 이시우 사진전 개막식이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진작에 국가보안법을 없앴더라면 이런 주인공 없는 사진 전시를 할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같이 우리에게 설명드리는 사진전을 가질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주인공 없는 사진 전시회가 또다시 열렸다.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와 ‘평화사진가 이시우 석방 대책위’는 6월 27일 오후 4시 서울 인사동 ‘평화공간 SPACE*PEACE'에서 ‘이시우 사진전’ 개막식을 갖고 7월 14일까지 전시회를 계속한다.

평화박물관을 대표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여는 말에서 “이런 사진들이 국가보안법을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요즘 개그 코너에서 유행하는 ‘민주화가 된 것도 아니고 안 된 것도 아닌 것 같은’, ‘같기도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시우 작가의 사진작품의 내용은 “온 국민이 모두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시장 한 켠에는 '이시우 사건'을 알리는 게시판 글모음집과 슬라이드가 선보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한홍구 교수는 최근 전교조 교사들과 인터넷 중고서점 주인, 이른바 ‘한총련 배후’ 인사 등에 대한 잇따른 국가보안법 혐의 적용에 대해 “경찰 보안대 직원 2000명이 국가보안법으로 한 명도 검거하지 못해 밥값한다는 존재이유를 찾기 위해서, 전체 정세변화 속에서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해석했다.

한 교수는 “작은 전시회지만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투쟁에 좀더 힘을 모아야 한다”며 “장소가 좁아 이시우 작가의 좋은 작품을 다 걸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더 좋은 데서 이시우 작가가 풀려났을 때 더 좋은 전시회를 할 것을 다짐한다”고 인사했다.

▲ 노순택 씨는 사진가들의 이시우 작가 석방 노력을 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사진가 노순택 씨는 “이 땅에서 사진 찍는 사람 중에 국가보안법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찾아보니까 별로 없더라. 이시우 작가가 구속되어야 한다면 이 땅의 특히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했던 많은 사진가들이 다 철창 속으로 가야 한다”며 “비단 사진가뿐만 아니라 화가나 소설가나 시인이, 이 땅에서 창작과 표현하는 사람들이 철창 신세를 져야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노순택 작가는 “현재 대학교수를 비롯해서 많은 사진가와 학생들까지 120여명이 이시우 선생이 감옥에 갇혀있는 것보다는 가족과 사회 품에서 창작과 표현활동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훨씬 바람직하다고 서명했다”고 전하고 사진 전문매체들의 후원으로 전면광고를 게재하고 모금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사진가들의 소식을 전했다.

노순택 작가는 “이시우 선생 사진을 보면 굉장히 서정적이다”며 이렇게 예쁘고 아름답고 이런 것들 통해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한 사람을 가둬두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과연 합당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이정희 변호사가 재판 준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시우 작가의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이정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보고 가장 충격을 받은 것 중의 하나가 2004년 초부터 굉장히 광범위한 감청과 미행이 너무나 많은 수사보고를 양산할 만큼 행해졌다는 것”이라며 “2004년 초면 국가보안법 폐지 얘기가 수면에 올랐던 때인데도 불구하고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한 작가에게 대단히 많은 수사력을 동원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참 놀랍고, 그것이 지금에 와서 한 작가를 구금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정희 변호사는 “이시우 작가의 모든 행동이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해 스스로 지원한 것이라고 포장되는, 지금도 이런 수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단히 놀랍다”며 변호인단 15명이 역할을 분담해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시우 작가가 열심히 공판을 준비중이고 검사와 싸우는 대단히 치열한 공판이 될 것이다”고 전망하고 “재판을 통해 이시우 작가의 면모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활동의 정당성을 알리려 한다”며 7월 4일 오전 11시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첫 공판을 주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시우 작가의 부인 김은옥 씨는 “처음에는 많이 울고 두서도 없었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기쁘고 행복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남편이 정말 외롭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고 남편이 전하려고 하는 뜻이 밖에서 많이 전해지려고 하는 움직임을 많이 느낀다”고 인사했다.

▲ 부인 김은옥 씨가 감청 통보서를 내보이며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빨간 딱지가 붙은 전시사진은 검찰이 문제삼은 사진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김은옥 씨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전기통신 감청’에 관한 통보서를 내보이며 “저의 아들 핸드폰까지 도청했다”고 분개했다.

김 씨는 자택 전화에 대한 감청 기간이 올해 3.22-4.30 사이이고 아들 핸드폰에 관한 감청이 올해 1.1-4.10, 4.11-6.8일인 점을 지적하며 이 기간 이전부터 불법 도청과 미행 등이 진행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이시우 작가의 단식기간 중 검찰청 앞에서 매일 밤 진행된 촛불문화제가 집시법 위반이라며 국가보안법폐지연대 박래군 정책팀장에 대해 소환장이 발부된 사실도 전했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는 음악.미술 평론가 김제영 씨와 한국대인지뢰대책위 문은영 사무국장의 이시우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설과 소설가 남정현 씨와 민족정기선양회 곽태영 회장 등이 발언에 나섰다.

80노구를 이끌고 전시장을 찾은 김제영 평론가는 “그의 작품은 증류수보다 더 맑은 순수 중의 순수 증류수이다”며 “영상적인 감성, 사진기술, 카메라 앵글 모든 것이 최고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문은영 국장은 2002년부터 이시우 작가가 대인지뢰 피해자들을 만나며 작품 활동을 해온 과정을 소개하며 “마음이 굳게 닫힌 분들이 의족을 벗어 옆에 놔둘 정도로 찾아가서 손잡고 얘기를 들어주었다”며 이 작가의 사진작품 속에서 피해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초의 반미소설로 평가받는 ‘분지(糞地)’의 작가 남정현 씨는 “사생결단으로 국가보안법을 붙잡고 한 달, 두 달, 밥을 굶어가며 투쟁하기는 예술가로서는 이시우 작가가 처음”이라며 “국가보안법의 입장에서는 예술가의 주먹이 이렇게 치명적인 것인가 떨고 있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 전시장에는 이시우 작가에게 보내는 격려의 글들이 나붙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참가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하라!”는 구호를 합창하고 이수효 평화박물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을 마무리한 뒤 다과를 나누며 이시우 작가의 작품을 감상했다.

주최측은 이시우 작가의 대표작인 ‘민통선 평화기행’(창비, 2005)과 재출간한 사진집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인간사랑 1999)을 이시우 작가의 서명을 담아 판매하고 있으며, 이시우 작가 사건 경과와 검찰이 문제삼고 있는 사진들, 네티즌의 반응 등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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