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최대 난제의 하나는 돈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돈이 넘쳐 나는 이유는 경상수지가 흑자인데다(1998년 IMF 이후 한국경제는 줄곧 큰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였다. 그런데 최근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줄고 있는 반면 서비스 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경상수지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자본수지마저 흑자이기 때문이다. 자본수지가 흑자인 이유는 해외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장악한 금융기관이 해외로부터 저리 자금을 들여 와 국내에서 운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돈이 넘쳐나면서 여러 사회적 문제가 생기고 있다.

첫째는 부동산, 주가 상승과 같은 자산 거품이다. 얼마 전까지는 부동산이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주가 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양자 모두 과잉 유동성이 문제의 핵심이다. 둘째는 수출을 지지해왔던 환율의 악화이다. 98년 이후 한국경제의 특징이었던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는 유리한 환율(98년 이전 달러당 800원선에 있던 환율은 98년 이후 달러당 1200원에 있었다)구조의 산물이었다. 환율의 악화는 98년 이후 한국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히 원엔 환율의 악화는 일본과 경쟁구조를 가지고 있는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는 갑작스러운 자본 이탈에 따른 폐해이다.

이에 따라 넘쳐나는 돈을 해외로 빼내는 것이 제도권의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여기서 쟁점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해외 투자의 방향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동아시아의 저축-투자 불균형과 역내투자 확대의 필요성”(2007.6.13)에서는 이와 관련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래에서는 해외 투자 방향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을 다루어 보겠다.

먼저, 위 보고서의 주장을 요약해 보겠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아래 표와 같이 미국은 동아시아에 대해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상태이다.

<표1>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간 무역현황(미국 GDP 대비, 단위 %)

 

미국의 대 동아시아 수출

미국의 대 동아시아 수입

2001

1.95

4.55

2003

1.59

4.03

2005

1.68

4.47

2006

1.68

4.73


이에 따라 동아시아의 2006년 외환보유고는 중국 1조 663억불 등 동아시아 8개국의 외환보유고 합계가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45.1%에 달한다. 위 결과 미국-동아시아 사이에 글로벌 불균형이 생겨났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달러화에 대한 환율을 전반적으로 절상하는 동시에 저축률과 투자율 간의 격차를 완화하여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여 나가야 한다.”

문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 지속적인 환율절상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매우 커 추가 절상에 대해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05~06년에 한국 17.4%, 필리핀 8.5%, 중국 3.7% 등 일본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대부분 동아시아 국가의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와 동아시아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이 지역의 높은 저축 비중을 직접 투자 등 실물부분에 대한 투자 증대로 유도하여 자본을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고 쓰고 있다.

역내 투자가 가능한 내적 요인으로는

<표2> 동아시아 국가의 GDP 대비 저축-투자 격차 비율, 단위 % 

 

중국

인니

말레이

필리핀

한국

태국

홍콩

싱카폴

05년

2.8

4.1

23.5

4.4

3.2

-2.2

12.5

30.0


위 표와 같이 저축이 투자에 비해 높은 반면

<표3> 동아시아 국가의 실질 기업투자수익률

 

태국

일본

싱가폴

홍콩

말레이

한국

중국

인니

99~04

1.11

0.57

0.47

0.44

-0.96

-1.15

-1.87

-5.97


위 표와 같이 투자수익률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즉 투자수익률이 낮은 한국은 투자 수익률이 높은 태국 등으로 자본이 이동할 내적 동인이 있는 것이다.

위 보고서에서는 동아시아 역내 투자가, 첫째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고, 둘째 역내 개발에도 유익하며, 셋째 역내 자본시장, 금융통화시장 통합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통화협력에 대한 논의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쟁점이 될만한 몇 가지 문제를 간추려 보겠다.

첫째, 수출지상주의의 문제점이다. 동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동아시아는 외환 확보를 위한 수출지상주의로 빠져들었는데 이 결과 막대한 외환을 보유하고도 이를 자국의 경제개발에 쓰기보다는 미 재무부 채권을 사는데 사용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사회가 수출지상주의 대신 역내 개발과 내수 중심의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달러 중심 경제 체제와 맞서야 한다.

둘째, 위 보고서에서는 동아시아의 외환을 미 채권에 투자하기보다는 역내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의 하나로 미국과 동아시아 사이의 글로벌 불균형을 들고 있다. 동아시아 사회가 미 채권을 사는 이유는 다시 닥칠지 모르는 외환위기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정치경제적 약자의 위치 때문이다. 그러나 양적인 축적은 질적인 변화를 나타내듯이 이제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 채권을 사는 것이 더 이상은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셋째, 역내 투자의 확대는 필연코 역내 자본시장, 금융통화시장, 통화협력으로 발전하기 나름이다. 이는 유로화 경제권과 마찬가지로 달러 중심의 경제체제에서 이탈한 거대한 경제협력체의 출현을 의미한다.

넷째, 제도권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해외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위 보고서에서 보듯 해외투자 또한 일정한 정치적 지향과 목적성을 가져야 한다. 필자는 해외투자를 적극화하되 한중일+아세안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나아가 남북.중.러.일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동북지방을 개발하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탈미, 동(북)아시아의 평화, 통일에 유리한 방향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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