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대사관 인근 KT 앞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진보적 시민단체의 제93차 ‘반미연대집회’가 12일 ‘효순.미선 5주기 및 허세욱 열사 추모제’와 함께 진행됐다.
이날 오후 12시 무건리훈련장확장백지화추진위원회,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평택대책위,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 연석회의, 민주화실천가족운동본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회원 70여명은 지난 2002년 미군장갑차에 압사 당한 두 여중생 신효순·심미선(당시 14세) 양의 5주기를 맞으며(13일) 주한미군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5년 전과 달라질 바 없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참가자들의 공통된 인식 때문이다. 효순이, 미선이의 영정 옆에 나란히 자리한 고 허세욱 씨의 영정 사진이 이 같은 참가자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의 글을 통해 “5년이 지난 지금, 불평등하고 종속적인 한미관계는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의 성격은 침략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라크 파병, 용산미군기지이전협상, 평택미군기지확장,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한미동맹의 침략동맹화 합의, 방위비분담협정, 미군범죄와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부담 전가, 쓰레기탄약(WRSA) 폐기 협상, 한미FTA 타결”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이날 집회에서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이들 분노의 꼭지점에 서 있었다. 두 미 고위관리의 연이은 내정간섭성 발언이 5년이 지났지만 개선되지 않는 한미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난 돌’이기 때문이다.

오혜란 평화군축팀장은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 반환 논의가 본격화된 2006년 7월과 9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정부에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뒤 한국정부의 전쟁목표와 전쟁의 최종상태 ▲미국의 전시증원전력의 규모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시 정전협정 유지 및 위기관리방법과 유엔사의 역할 변화 문제 등에 대한 답변과 해결책을 요구한 것과 관련 “한국의 국가이익과 국가안보목표에 직결된 문제들이며 한국 대통령의 고유한 통치권한에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팀장은 한미 양국이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을 7월부터 착수키로 한 것과 관련해 “94년 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할 때도 핵심적 권한을 미국이 정한 것처럼 도루묵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정부에게만 맡길 수 없다. 6월 말, 7월 초에 작전통제권 환수, 유엔사해체투쟁을 위한 각계선언을 조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최근 ‘남북관계 속도조절’ 발언으로 진보적 시민단체로부터 비난의 초점이 된 바 있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 역시 이날 규탄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이경원 사무처장은 “청와대보다 힘이 센 곳이 주한미국대사관이다”면서 “대한민국의 통치자는 버시바우인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사가 다른 나라 대통령과 장관을 놔두고 이래라 저래라 정책 훈수를 두고 관여한 것을 못 보았다”면서 “유독 미 대사만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을 만나면서 정책 훈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관계가 평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못하면 우리가 한다. 버시바우를 이 땅에서 추방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이시우 작가가의 ‘옥중편지’를 들며, “남편은 비무장지대 작업 중 미군의 본질을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미군이 물러가지 않고는 완전한 독립이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옥중단식 중) 남편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각오했다. 허세욱 동지와 같이 미군철수, 유엔사해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을 각오가 된 사람이라 생각했다”며 “어려운 IMF시대를 지나오면서 자기의 나무만 바라보고 숲이 사리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대중적 참여를 호소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주노동당, 경기북부평화연대 등은 13일 경기도 양주의 효순이, 미선이 추모비 앞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무건리 훈련장 현장 답사를 진행한다. 이어 저녁 7시에는 각계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추모 촛불문화제가 청계광장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