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 중인 미군장갑차에 압살 당한 두 여중생 효순이.미선이 5주기를 맞아, 11일 서울 보신각 일대에서 전시마당이 펼쳐졌다.
이날 오후 2시 경 한여름 같은 뙤약볕 아래 한국진보연대(준) 소속 젊은 활동가들은 효순이.미선이에 관한 선전물과 주한미군, 통일 등에 대한 선전물을 설치하느라 한창 바쁜 모습이다.
전시마당에는 '그리운 얼굴' 효순이.미선이와 5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나타낸 '미군없는 한반도', 그리고 통일의 마음을 담은 '통일 참 쉽다'라는 3가지 주제로 40여개의 선전물이 들어섰다.
보신각 바로 앞에는 대형 촛불 모형 속에 TV 모니터를 설치해 2002년 당시 효순이.미선이 촛불집회 영상을 담고, 시민들과 함께 학을 접는 창구도 설치했다. 종이학은 효순이.미선이의 부모님께 전달된다.
이날 행사의 총괄을 맡은 실천연대 김자경 사무처장은 "효순이.미선이 5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미국이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시민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고 전시마당의 취지를 전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하며 사람들이 전시장을 빠르게 지나치는 와중에, 한 중국인(남)이 두 여중생의 사진을 유심히 드려다 보고 있었다.
자신을 25살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전날 인터넷을 통해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됐다며 "특히 그들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 슬프다"면서 "비록 사고이지만, 미군과 한국정부의 특별한 관계 속에서 일어나 더 안타깝다"며 외국인이지만 한미관계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한국 국민들이 미군이 한국에 있는 것을 원하는지, 나가는 것을 원하는 지 궁금하다"며 그에 대한 의견을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적은 인원이지만 관심깊게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2002년 두 여중생 압사사건'은 큰 충격으로 남아 있는 듯 했다.
배은선(여, 29)씨는 2002년 당시 직접 촛불을 들고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압사를 당하고도 미군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데 울컥했다"며 "미군 위주로 가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에게 '두 여중생 5주기를 맞아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자, 그는 "어머 벌써 5년이나 됐어요"라며, 새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날 시작된 전시마당은 효순이.미선이 5주기인 13일까지 계속되며, 저녁 7시 같은 장소에서 거리공연도 이어진다.
아울러 한국진보연대(준)은 오는 13일 오전 11시 30분 경기도 양주 추모비 앞에서 추모순례를 가지고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고 신효순, 심미선 5주기 추모 및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범국민 촛불문화제는 전국 동시다발로 개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