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가장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는 누구일까? 아마도 여성 독거 노인이 아닐까 한다. 먼저 몇 가지 통계 수치를 들어 이를 확인해 보겠다. (아래 통계 수치는 모두 『한국사회의 신빈곤』, 한울 아카데미에서 인용)

200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340만 명이다. 이 중 절대 빈곤율과 상대 빈곤율이 각각 28.44%, 34.21%이다. 대충 1/3 정도로 잡으면 100만 명을 넘는다.

이를 타 연령층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표1> 연령층에 따른 빈곤율

 

아동(0~17세)

경제활동인구(18~64세)

노인(65세 이상)

빈곤율(%)

8.57

7.14

28.44

 

위 표에서 보듯 65세 이상의 빈곤율은 여타 계층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65세 이상의 노인 중에서 특히 여성의 빈곤율이 높은데, 
 

<표2> 남성노인과 여성 단독 노인의 빈곤율

 

남성노인 단독

여성 노인 단독

노인부부

절대빈곤율(65~74세)

42.21

53.06

46.23

절대빈곤율(75세 이상)

49.18

80.84

61.48

 

위 표에 따르면 노인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에 비해 남성 단독으로 사는 경우는 빈곤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반면 여성 단독으로 사는 경우는 빈곤율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 단독으로 사는 할머니의 경우 빈곤율은 무려 80%를 넘는다.

고령의 단독으로 생활하는 여성 노인들 중에서도 IMF 가정이 해체되어 경제력이 없는 손자ㆍ손녀를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사는 농촌의 할머니들이 가장 열악한 집단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다소 논쟁적인 쟁점을 제출해 보겠다.

첫째, 운동진영은 대체로 젊고 조직화되어 있으며 교육수준이 높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운동진영은 이른바 전략전술의 관점에서 조직화하기 쉬운 집단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운동진영이 갖고 있는 이러한 속성 때문에 구조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의식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구와 관심에 힘을 쏟지 않으면 사회 전체를 이해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요즈음은 이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운동진영은 온통 한미FTA, 비정규직, 6.15선언 등에 관심이 가 있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부동산, 주가 폭등, 사채 등에 비중이 있고 그 이면에서 100만 명이 넘는 여성 독거 노인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운동 진영의 정세 분석이 대체로 현실을 희망적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특히 IMF 이후 사회적 약자들이 대규모로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전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들에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운동의 대중적 지반과 대의명분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다.

둘째는 어떤 집단에 대한 관심이 이데올로기와 이념에 의해 실제보다 과대 또는 과소 평가될 가능성이다.

가령 탈북자의 숫자는 2006년 3월말 현재 7000명 수준이다.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 중 일부를 만날 정도로 민감한 문제가 된 이유는 북미,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정치적 상황 때문이다. 탈북자 문제를 북 고립 정책의 일환으로 삼고 싶은 어떤 집단이 실제보다 이를 정치적으로 부풀렸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가 이주노동자 문제이다(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필자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위 책에 실린 이주노동자의 숫자는 전체 33만7천 명 수준이고 이중 미등록된 노동자는 18만7천 명 정도이다.

이를 위에서 언급한 65세 이상 빈곤 노인의 숫자 110만 명과 비교해 보라. 이런 현상이 생긴 이유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국적을 초월한 시민사회 또는 탈민족 담론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이주노동자 문제가 다민족다문화 사회라는 정치적 담론과 결합된 의제이기 때문에 실제에 비해 정치사회적으로 증폭된 것이다.

탈북자의 문제가 우파 세력에 의해 과대 포장된 사례라면 후자는 좌파적 담론에 의해 그렇게 된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살아 있는 현실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인정하고 그에 맞게 세상을 바라보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모든 운동의 출발점일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