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2시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층 교육장에서 '국가보안법 국가기밀 자의적 적용실태 보고대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최근 국가보안법 사건 중 '국가기밀' 조항 적용사례가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기밀' 관련 위반 사건은 그 형량이 대단히 높고, 간첩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그러나 최근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사건, '통일인사' 강순정 사건, 소위 '일심회' 사건 등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군사.국가기밀 탐지수집 및 누설 조항 적용이 남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오후 2시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층 교육장에서 '국가보안법 국가기밀 자의적 적용실태 보고대회'가 열렸다.

▲ 이날 참가자들은 최근 국가보안법 상 국가기밀 적용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이날 보고대회에서는 최근 국가기밀 적용 사건에 대한 사례발표가 진행됐다. 사례 중 강순정 사건과 '일심회' 사건은 기소된 내용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이 됐다.

'일심회' 사건을 담당한 설창일 변호사는 "검찰은 국가기밀에 대한 실질비성(국가기밀로서의 가치)에 대한 판단뿐만 아니라 공지된 여부를 찾아보지도 않고 무작위적으로 기소했다"고 꼬집었다.

1심 법원이 다소 비공지성, 실질비성을 부인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여전히 비공지성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실질비성에 대한 비일관적인 판단은 문제가 있다고 설 변호사는 지적했다.

즉, 비공지성에 대해 "이미 언론보도에 나와 있느냐 여부로 판단한 것 같으나 진보적 인터넷매체나 민주노동당내 의견은 공지된 것으로 보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설 변호사는 '6.15 공동행사에 대한 민주노동당 실무팀의 판단' 등 "그 제목에서부터 작성자의 개인적인 판단이 기재되어 있어서 실질비성이 의심스러움에도 이를 국가기밀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재야단체나 개별 정당이 만들어낸 정보도 '국가기밀'로 봤다는 점에서 '국가기밀'의 적용범위를 확대 해석한 것으로 지적된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관련 사진, 재야단체 기관지 등을 두고 국가기밀로 기소한 강순정 사건에 대해서는 1심 법원이 '국가기밀' 적용을 전부 거부해 검찰과 재판부 사이의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민변 김승교 변호사는 '국가기밀' 및 '간첩죄' 적용 범위에 대한 한국의 법체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가기밀에 대한 조항은 국가보안법 4조 1항 2에서 가. '적국 또는 반국가단체에 대한 비밀'과 나. '가목 외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나목을 주로 적용하고 있지만, 독일의 경우 나목은 국가기밀이 안 된다"고 비교했다.

그는 각 나라가 국가기밀을 축소해서 적용하고 있는 사례를 설명하며,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비밀지정제도를 전제로 적용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비밀을 지정할 수 있는 사람도 정해져 있고, 일정한 절차를 밟아야 하며 적용대상 범위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시우 사건 관련 국가기밀 확정되면 평화체제 논의도 타격"

▲국보법연대 박래군 정책기획팀장은 반전평화 운동을 하게 되면 군사기밀을 깰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한편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사건은 이 두 사건과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대회 참가자들은 지적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국가기밀과 공익과의 충돌 문제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의 여부가 문제가 되는데, 이시우 사건의 경우는 국가기밀이 아닌지도 중요하지만, 공익과의 충돌, 알권리와의 충돌도 상당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시우 사건은 국가의 안보독점논리가 평화운동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새로운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시우 사건 사례를 발표한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이 씨가 추적한 내용은 중대한 협정의 위반여부와 관련된 일"이었다며 "그것을 폭로한 것이 불법이냐. 어떤 것이 더 중요한 범죄냐"고 따져 물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박래군 정책기획팀장은 "반전평화 운동을 하게 되면 군사기밀을 깰 수밖에 없고 도전해야 된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이 계속적으로 군사기밀을 누설하고 배포하고 있는데도 이시우 씨가 특이하게 구속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보독점화를 깨자는 것이 세계적으로도 반전평화 운동의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그것을 수집 폭로하면서 군사기밀이 국민의 안전에 역행하고, 반평화적인 것임을 폭로하고 대중지지 속에서 싸워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날 사회를 본 민가협 박성희 간사는 "이시우 사건에서 이러한 것들이 국가기밀로 확정된다면 시민단체의 주한미군철수 운동, 평화체제구축 논의들이 크게 타격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일운동을 탄압하는 도구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국가보안법이 평화운동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평화운동진영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가 주최하고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국가보안법 피해 가족 및 시민사회단체 회원 30여명이 참석했으며, 3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 이날 행사장 한켠에는 국가보안법 상 국가기밀이 적용된 자료와 사진이 전시됐다.[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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