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0일 전교조가 창립 18주년 기념대회를 전남 나주에서 개최하였다. 전교조 창립 이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기념대회를 개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행사에서 필자가 특별히 주목한 것은 18주년을 계기로 농어촌교육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필자는 18주년을 맞아 벌이고 있는 전교조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민주노동당이 소상인을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운동을 전개한 이후 가장 신선하고 흥미 있는 소식이었다. 이와 관련 몇 가지 문제 의식을 제출해 보겠다.

첫째,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모순 중의 하나는 서울ㆍ수도권과 농촌ㆍ지방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주로 민족 또는 계급적인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 진보적 지식인이 범하는 가장 흔한 오류 중의 하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어떤 관념이나 이론에 근거하여 보는 것이다.

기존의 관념이나 이론에 근거해 본다면 ‘지역’이라는 범주는 주요한 갈등의 진원지가 아닐 것이다. 덕분에 지역을 둘러 싼 여러 쟁점에 대한 논의는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그러나 작년 11.22 한미FTA 반대 총궐기 양상은 서울ㆍ수도권과 농촌ㆍ지방 사이에 심각한 계선이 형성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것을 어떻게 이론화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명백하고 중요한 것은 현실에 근거한 생동하는 현실로부터 세상을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단언하건대 향후 대중운동의 양상은 농촌ㆍ지방에서 발원한 동력이 서울ㆍ수도권을 압박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런 계선을 따라 발생하는 제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농촌의 몰락이 단순히 농촌경제의 악화가 아니라 교육문제와도 깊이 연동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교육문제가 갖는 비중은 한국사회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 5월17일자에는 흥미 있는 기사가 실려 있다.

“2005년 고향인 전남 고흥으로 귀농한 이모씨(40) 부부는... 귀농 첫해와 지난해까지 아이들은 시골 학교생활을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인근 학교에 통폐합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오가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이씨 가족은 서울행 차에 몸을 실어야 했다.”

귀농한 부부가 교육 문제 때문에 끝내 귀경해야 할 정도로 농촌은 그야말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함께 농촌ㆍ지방의 인구 감소는 향후 체제를 뒤흔들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행각한다.

실제로 “5.16 교육인적부에 따르면 1992년 농산어촌 지역의 초.중.고생 수는 196만명이었으나 2001년에는 66만 7천명으로 불과 10년만에 66%가 감소했다.”(위 경향신문 기사에서) 이는 같은 기간 농민 인구가 1992년 570만에서 2001년 393만으로 준 것과 비교된다.(통계청 자료에서)

거칠게 개괄하면 농민인구가 177만명 감소했는데 그 중 초중고생 감소가 130만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농어촌 지역의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표> 농가 인구 감소와 초중고생 감소 

 

1992년

2001년

감소

농산어촌 초중고생

196만명

66만 7천

약 -130만명

농민인구

570만명

393만명

약 -177만명

 


셋째, 전교조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이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전교조가 네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 교원평가 따위를 의제로 하여 투쟁을 벌이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위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그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조건에서 전교조는 마땅히 자신들이 갖고 있는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 인적ㆍ물적 자원을 민중 전체의 이익을 실현하는 길에 써야 했다. 특히 보수 세력의 공세가 전교조에 집중되고 있는 조건에서 이는 절대절명의 과제이기도 했다. 네이스나 교원평가 따위는 빈곤과 소외감에 시달리고 있는 민중의 입장에서는 다소 먼 주제였다.

동일한 관점과 태도가 전교조는 물론 모든 사회운동에 해당한다. 운동이란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싸우는 것에서 출발하고 발전한다. 따라서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파, 자기 조직의 이해가 아니라 민중 전체 특히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수미일관하고 강인하게 대변하는 것이다. 이것이 운동의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다.

다시 한번 전교조가 채택한 새로운 길에 존경과 연대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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