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승리의 역사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
"아직까지 위대하다는 말을 붙이지 마시라."

17일 오전 경의선 열차시험운행 참가차, 20차 장관급 회담 이후 2개월여만에 다시 만난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북 내각책임참사가 주고받은 말이다. 역사적인 이벤트의 주역들간 대화치고는 '까칠한' 편이다.

환담장에서 이재정 장관이 1회성 열차시험운행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반면, 권호웅 단장은 "소박한 출발"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두 사람의 대조적인 태도는 각각 낭독한 기념사, 축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재정 장관의 기념사는 권 단장의 축사에 비해 2배나 길다. 사용된 어휘 역시 "새로운 역사의 현장", "가슴 벅차고 감격스러운 순간", "민족사적 의미", "한반도의 심장이 다시 뛰는", "새 시대를 여는 전환점", "새로운 평화의 역사 서막" 등 "꿈", "희망", "미래"와 연관되는 온갖 수식어들이 망라 돼 있다.

반면, 권 단장의 축사는 톤이 낮고 담담하다. 관계자들에게 사의를 표하고 열차가 달린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본론에서는 '내외분렬주의세력에 맞서 민족공조의 궤도를 따라 가자'는 기존의 입장을 차분한 어조로 전하고 있다.

두 장관의 대조적인 표정은 양측 언론사의 보도태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남측의 경우, 경의선에 800명, 동해선에 300명의 취재진이 몰리고 방송 3사가 기념행사와 열차 출발광경을 생중계하는 등 총력동원 보도 체제다. 반면, 17일까지 북측은 시험운행에 대해 한줄보도로 간략히 언급한 정도다.

그래서인지 북측이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열차 시험운행 무산과정이나, 이번 행사가 성사되기까지 숱한 협의과정도 그러한 평가를 뒷받침한다는 그럴듯한 해석도 따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재정의 '들뜸'과 권호웅의 '까칠함'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수구냉전언론'의 집요한 '대북지원 헐뜯기'에 맞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했던 통일부로서는, 이번 행사가 이재정 장관 말대로 "6년 10개월만"의 쾌거라고 할 수도 있다. 반면 북측으로선 남북관계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불가피하게 '서해상 긴장완화'라는 군사문제 해결을 뒤로 미뤘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번 열차시험운행의 군사보장잠정합의서를 도출한 지난 5차 장성급회담에 대해, 당시 북측 단장이 '너무 성과가 없는 회담'이라고 불평한 이유가 여기 있다.

사실 이 좋은 날에 굳이 이 장관과 권 단장의 차이를 강조하고픈 것은 아니다. 다만 한쪽의 기쁨이 다른 한쪽의 원칙을 허물어 성취한 것이라면 공동행사의 의미는 그만큼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 뿐이다.

철마가 같은 속도로 가는 두 바퀴를 필요로 하듯, 남북이 통일이라는 같은 목표를 머리에 이고 달리고자 하면 각자가 누리는 기쁨, 각자가 짊어진 짐도 같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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