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표현의 자유 가로막는 국가보안법 남용 실태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사진작가이자 인터넷신문 전문기자로 활동해 온 이시우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에 따른 구속으로 언론.예술의 자유 등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억압문제가 또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 오전 10시 경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주최로 '표현의 자유 가로막는 국가보안법 남용 실태 보고회'가 열렸다.

이시우 작가 구속사건에 대한 사례를 발표한 통일뉴스 김치관 편집국장은 "이시우 씨는 결과물을 사진과 글로 표현해왔다"며, 특히 "통일뉴스 전문기자로 미개척 분야에 대해 진지한 장문의 기고를 했다"고 전했다.

김 편집국장은 "구속영장에는 유엔군통합사령부(유엔사)에 대한 사진과 기고가 제일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최근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로 유엔사 강화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그 문제를 정면을 다룬 예술가이자 언론기자를 구속했다는 것은 전형적인 표현의 자유를 봉쇄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659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구속영장에는 수년간 전화도청, 미행, 이메일 검열을 한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며 "이는 헌법 21.22조는 두말 할 필요도 없이 헌법 17.18조 사생활 비밀,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22조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는 "이시우 사건이 법정으로 가면, 표현의 자유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공소 유지가 가능한 사안인지도 의심스러운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 이날 보고회에는 '미르북'사건에서 이적표현물로 지적된 서적도 전시됐다.[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시우 씨가 찍은 필름 원본 2000여본도 경찰의 보관 중 절반 정도 손상이 돼 '국가손해배상청구'를 준비중이다.

지난 5월 3일 인터넷 서점 '미르북' 대표 김명수 씨가 국가보안법 7조 1항 5항(이적표현물 취득.소지.판매죄) 위반으로 연행됐던 사건도 현 공안당국의 표현의 자유 억압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의 김태훈 출판사 책갈피 대표는 "서점을 직접 탄압한 것은 97년 대학가 사회과학서점 대표 구속 이후 10년 만"이라고 지적하고 "이적표현물이라고 압수한 책 목록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미르북이 판매한 책들 중 이적표현물로 제시한 172권에는 '공산당 선언', '자본론'과 같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해방전후사의 인식', '철학에세이' 등 최근 들어 교양서적으로 추천되고 있는 책도 포함되어 있다.

사회와 종합보고를 맡은 박래군 국보법폐지연대 정책기획팀장은 이 책들이 "대체로 1980년대와 1990년대 국가보안법 사건의 판결에서 이적표현물로 확정된 서적들"이라며 그 당시의 공안인식을 지금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기반으로 공인당국은 이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서적을 구매한 60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박 팀장은 "60명을 수사하면 이들이 가입하여 활동한 단체와 연관지어서 무언가 다시 사건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며 '사건을 확대하기 위한 기획수사'라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점, 문제제기 해야"

▲ 이시우 씨 부인 김은옥 씨를 강정구 교수가 바라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인 '강정구 교수 필화사건'에 대해 발표한 '강정구 교수 탄압반대공대위' 손우정 간사는 '표현의 자유 억압'에 대한 접근보다, 냉전세력에 대한 대응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간사는 "2001년 만경대 방명록 사건이 6.15공동선언 이후 냉전성역이 허물어질 것을 우려한 보수.우익세력의 방어적 성격의 대응이었다면, 2005년 '맥아더 동상'과 '통일전쟁'에 대한 고소.고발은 보수적 이데올로기 확산을 위한 공격적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즉, "필화사건이 강정구 교수 개인이나, 학문의 영역에 대한 사법권력의 침해문제만이 아니라 특정세력이 냉전성역을 사수함으로써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냉전세력들이 도발해봐야 득이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개별적 사안, 즉 학문의 자유에 국한돼 본질을 보지 못했던 후과가 지금 드러난 것 아니냐"고 진보진영의 대응방식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민가협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도 "학문, 표현의 자유로 개별화시키지 말고, 최종적으로는 이북을 적으로 규정한 토대에서 국가보안법이 존치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공감을 표했다.

권 회장은 "근본적인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한다"며 "이것을 중점에 두고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을 자주통일운동과 연결시켜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 이날 보고회 한켠에는 '국가기밀'로 지적된 이시우 씨의 사진작품이 전시됐다. 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국보법폐지연대는 23일 오후 2시 '국가기밀조항 자의적 적용 관련 토론회'를 열고 이후 내부회의를 거쳐 국가보안법폐지운동을 본격화 할 방침이다.

'이시우 대책위'도 오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 및 이시우 작가 사진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대응을 고려 중이다.

이날 보고회에 이시우 씨의 부인 김은옥 씨도 참석해, '국가보안법을 끌어안고 죽기를 각오'한 채 옥중 단식 29일째인 남편의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개인적으로 하루하루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먹으면서 싸우자고 몇 번이나 애원했으나, 단식을 중지할 의사가 없다는 옥중편지가 어제 도착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을 계기로 경찰청 앞에서, 구치소 앞에서 집회 등 투쟁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고 "우리가 논의하는 사이에 허세욱 동지처럼 되어서 열사의 뜻 이어 받자 이러지 말자", "저랑 이시우 씨랑 죽기를 각오했으니,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전국연합 오종렬 의장, 불교인권위 진관스님, 한국교회 인권센터 최재봉 목사, 강정구 교수 등 40여명이 참석했으며, 본격적인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나서자는 공감대가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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